한·베 수교 33년, 투자·교역으로 다져진 경제 동반자 관계 조명

  • 누적 투자 920억 달러·교역 815억 달러 달성... 한국, 베트남 최대 투자국 부상

응우옌 티 타인 베트남 국회 부의장과 김학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 사진베트남 통신사
응우옌 티 타인 베트남 국회 부의장과 김학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장 [사진=베트남 통신사]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1992년 수교 후 33년 동안 외국인직접투자와 교역 등 경제 분야를 핵심 축으로 삼아 빠르게 발전해 왔다. 이에 양국 관계는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밀접한 양자 협력 관계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는 모양새다. 두 나라는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동반 성장해 왔으며, 특히 한국은 베트남이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파트너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 현지 매체 VnEconomy 등 외신들은 베트남 산업통상부 해외시장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양국 경제 협력의 규모에 대해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기준 한베 양국의 총 교역액은 815억 달러(약 117조 원)를 기록했다. 같은 해 베트남의 대한국 수출은 256억 달러(약 37조 원),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559억 달러(약 81조 원)로 집계됐고 이에 따라 303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해당 무역 구조는 양국 간의 산업 분업 구조가 여전히 수직적으로 긴밀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투자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압도적이다. 응우옌 마잉 동 베트남 산업통상부 해외시장국장은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은 베트남 내에서 1만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누적 등록 투자 자본은 약 92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도이머이 정책 도입 이후 베트남이 외국 자본을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해 온 전략이 거둔 대표적인 실질적 성과 사례로 꼽힌다.

양국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또한 매우 명확하고 견고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한베 자유무역협정(VKFTA)을 체결하여 관세 인하와 무역 제도 정비를 병행해 왔다. 이에 더해 양국은 올해 4월,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는 액션 플랜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공식화하며 미래 지향적인 협력 의지를 다졌다.

수출 품목 구조에서도 협력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베트남의 대한국 수출은 섬유, 전자, 농산물, 목재, 화학 제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섬유 의류 산업은 2024년 기준 42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한베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0%로 철폐되면서 베트남산 섬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대규모 경제 관계의 이면에는 양국 국가 간의 상호 보완성이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베트남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과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동의 가치사슬을 형성해 왔다. 해당 협력은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한국 기업들 역시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상생의 효과를 거뒀다.

양국의 협력 관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정부의 유연한 정책 지원 덕분에 삼성과 같은 주요 한국 기업들은 생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는 베트남의 경제 회복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한베 경제 관계가 두터운 구조적 신뢰 위에 놓여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최근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협력의 범위는 인적 교류 분야로까지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장기적인 진출은 베트남 근로자들이 산업 현장의 경험을 쌓고 기술 숙련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동시에 한국 교민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유학생 교류가 늘어나면서 양국 간 사회 문화적 이해도 또한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적 자산의 축적은 양국 경제 협력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보이지 않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한편, 한베 경제 협력은 단순한 규모의 확대를 넘어 질적인 전환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거둔 양적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이는 양국 관계를 다루는 주요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핵심적인 흐름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2045년까지 고소득 국가 진입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투자 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 역시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신흥 시장 다변화라는 전략적 측면에서 베트남과의 협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양국은 향후 교역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협력의 질적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데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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