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으로 돌아온 정명훈… "마음 놓고 연주하십쇼"

  • "잘못되거나 누군가 실수한다면 모든 것은 지휘자의 책임입니다"

지휘자 정명훈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S교향악단
정명훈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S 교향악단]
지휘자 정명훈(72)은 19세 때인 1972년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았다. 8살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19살 때다. 이후 그는 "안 해본 오케스트라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자신할 정도로 수십 년간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36년 전에 처음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 프랑스어를 하나도 하지 못했던 그는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여 년 전 서울시향을 처음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오케스트라를 몇 년 안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확실했죠. 올림픽 대회를 나가듯 올림픽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70세가 넘은 현재, 그는 "이제 그런 건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정명훈은 앞으로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끈다. KBS교향악단도 내년이면 창단 70주년. 정명훈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말했다.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70살이 넘으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마음 놓고 연주하십시오'란 말을 해주고 싶어요. 뭔가가 잘못되거나 누군가가 실수했을 때 모든 것은 지휘자 책임일 테니까요."
정명훈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
정명훈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KBS교향악단]
그는 이탈리아 최고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밀라노 라스칼라에서도 2027년부터 음악감독을 맡는다. 정명훈은 이탈리아에서도 또 한국에서도 기자들에게 "프로젝트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랑이 더 중요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가들을 사랑해 주고, 도와주는 거예요. KBS교향악단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음악가들을 도우며 마음을 더 열어주고, 오케스트라에서 함께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려주고자 해요. 요즘은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고, 어떻게 해서든 같이 만들겠다는 그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만큼 힘들어요. 저는 그런 방향으로 오케스트라를 돕고 싶어요."

한편 KBS교향악단은 '70년의 선율, 계속되는 울림'이란 슬로건으로 예술적 방향성을 명확히 한다. 그 중심은 정명훈의 말러 시리즈다. '교향곡 제4번'과 '제5번'을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말러 특유의 인간 탐구와 확장된 사운드를 통해 KBS교향악단의 음악적 깊이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마티아스 괴르네, 크리스티아네 카르크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가 참여해 말러 가곡과 교향곡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특별한 구성도 마련된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정명훈 체제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뜨거운 울림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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