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에 처음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때 프랑스어를 하나도 하지 못했던 그는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여 년 전 서울시향을 처음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오케스트라를 몇 년 안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확실했죠. 올림픽 대회를 나가듯 올림픽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70세가 넘은 현재, 그는 "이제 그런 건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정명훈은 앞으로 3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끈다. KBS교향악단도 내년이면 창단 70주년. 정명훈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말했다.
"음악가들을 도우며 마음을 더 열어주고, 오케스트라에서 함께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려주고자 해요. 요즘은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고, 어떻게 해서든 같이 만들겠다는 그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리만큼 힘들어요. 저는 그런 방향으로 오케스트라를 돕고 싶어요."
한편 KBS교향악단은 '70년의 선율, 계속되는 울림'이란 슬로건으로 예술적 방향성을 명확히 한다. 그 중심은 정명훈의 말러 시리즈다. '교향곡 제4번'과 '제5번'을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말러 특유의 인간 탐구와 확장된 사운드를 통해 KBS교향악단의 음악적 깊이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마티아스 괴르네, 크리스티아네 카르크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가 참여해 말러 가곡과 교향곡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특별한 구성도 마련된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정명훈 체제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뜨거운 울림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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