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룡' 中 완커, 디폴트 위기 넘겼다...채무상환 30거래일 유예

중국 부동산회사 완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Vanke)가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대 어음에 대한 채무이행 의무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26일(현지시간)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완커 채권단은 오는 28일 만기인 37억 위안(한화 약 7633억원) 규모 위안화 어음에 대한 채무이행 의무 유예기간을 당초 5거래일에서 30거래일로 늘리는 방안을 92.11% 동의율로 통과시켰다.

다만 완커가 제시한 '상환 1년 연장안'을 포함한 다른 5개 안건은 동의율 90%를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완커 채권단은 앞서 지난 22일, 15일 만기였던 20억 위안(약 4126억원) 규모 채권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로 완커가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완커의 이자부 부채 규모가 3643억 위안(약 75조1000억원)에 이르고, 내년 6월 말까지 만기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134억 위안(약 2조7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한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다른 채권으로 부도가 확산될 수 있는 '연쇄지급불능조항'이 존재하고, 이자부 부채의 약 45%가 무담보라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자산 규모 약 1600억달러(231조원), 직원 수 12만5000명에 달하는 완커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역대 최대급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자산 규모가 약 1600억 달러(약 231조원)이고 직원 수가 12만5000명에 이르는 완커가 결국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경우, 이는 중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23일 완커의 장기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하향하고, 채무상환 유예기간 연장을 디폴트에 버금가는 고통스러운 부채 구조조정이라 평가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4일 완커의 신용등급을 'C'에서 '제한적 디폴트'로 낮췄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헝다(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대형 건설사가 연이어 디폴트에 빠졌다. 국유기업 선전메트로가 최대 주주인 완커 역시 최근 2년여 사이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또 최대 주주인 선전메트로가 지난달 자금 지원 조건 강화를 시사하면서 유동성 압박도 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