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요금·규제…게임·OTT·웹툰 '판' 갈아엎은 2025년 10대 뉴스

  • 티빙–웨이브 '조건부 승인' 후 상품 먼저 결합

  • 디즈니·넷플릭스·TGA까지…승부처로 떠오른 콘텐츠 '유통망'

ㅇ
 
2025년 국내 게임·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웹툰 업계는 ‘성장’보다 ‘재편’이 더 큰 키워드였다. 토종 OTT는 결합(합병)과 요금 경쟁이 동시에 진행됐고, 웹툰은 글로벌 파트너십과 불법유통 대응이 비용이 아닌 ‘산업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집행 단계 진입과 함께, 해외 시상식 성과·대형 인수합병(M&A)으로 외연을 넓혔다.
 
1. 티빙–웨이브 결합, ‘조건부 승인’…구독료 동결이 핵심 조건
 
공정당국은 지난 6월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핵심은 일정 기간 구독료를 유지하는 등 소비자 보호 조건이 걸렸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둘이 합쳐 국내에서 버티는 체급을 만들되, 그 비용을 당장 이용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OTT 업계는 그동안 ‘콘텐츠 투자 경쟁’이 곧 ‘적자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돼 왔다. 이용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었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누적되는 방식이었다. 조건부 승인 이후 토종 OTT의 전략은 더 분명해졌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가입자 기반을 합쳐 협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무게가 쏠렸다.
 
2. 결합은 지연, 대신 ‘통합 이용권’부터…이용자 단에서 먼저 합쳤다
 
조건부 승인만으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결합 절차는 주주 이해관계 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양사는 지난 6월 16일 ‘더블 이용권’(두 서비스를 함께 쓰는 구독 상품)을 먼저 내놓으며, 이용자 단에서 결합을 시작했다.
 
이 대목이 2025년을 상징한다. 법적·지배구조적 결합은 시간이 걸리지만, 시장 반응은 ‘상품’으로 먼저 확인한다. 통합 이용권은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결합이 지연돼도 통합 경험은 먼저 만들겠다”는 신호다. 향후 통합 서비스가 출범한다면, 가격 설계와 콘텐츠 배치, 추천·탐색 UX(이용자 경험)를 어떻게 한 화면에서 풀어낼지가 다음 승부처가 됐다.
 
3. 넷플릭스, 한국 요금 인상…‘광고형 7000원’이 기준선이 됐다
 
ㅇ
 
넷플릭스는 지난 5월 한국에서 광고형 요금을 7000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을 조정했다. 국내 OTT가 결합과 구독료 유지 카드로 맞서는 국면에서, 글로벌 1위 사업자는 ‘가격’으로 다시 압박했다. ‘광고가 붙으면 싸다’는 공식도 약해졌다.
 
업계에선 요금 인상을 단순히 넷플릭스만의 정책 변화가 아닌 전체 시장 기준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호로 본다. 가입자당 매출(ARPU)을 올려야 콘텐츠 투자 여력이 생기고, 그 투자 여력은 다시 경쟁력을 만든다. 올해는 그 ‘고리’가 가격을 통해 다시 확인된 해였다.
 
4. 티빙, 일본 디즈니+에 ‘TVING 컬렉션’…해외 진출 방식이 달라졌다
 
티빙은 11월 일본 디즈니+에 ‘TVING 컬렉션’을 열었다. 디즈니+ 플랫폼 안에 한국 OTT 브랜드 전용관을 올리는 방식으로, 국내 OTT의 해외 유통망 진입 실험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내 OTT의 해외 확장은 ‘자체 서비스로 직접 진출’ 혹은 ‘콘텐츠를 납품’하는 두 갈래가 주류였다. 전용관 형태는 그 중간 지점에 가깝다. 콘텐츠를 단순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 안에서 ‘브랜드 단위의 큐레이션(작품을 골라 묶어 추천·배치하는 편집)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향후 다른 국가·다른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모델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5. 디즈니–WEBTOON, ‘새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지분 2% 투자까지
 
ㅇ
 
웹툰 쪽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디즈니의 움직임이었다. 디즈니와 WEBTOON은 9월 신규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 추진을 발표했고, 디즈니가 WEBTOON 지분 2%를 취득할 수 있는 비구속 텀시트(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자·협력 사전 합의서)도 공개했다.
 
웹툰은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확장했지만, 오랫동안 ‘원작 지식재산권(IP)을 공급하는 산업’으로 묶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건은 반대로, 글로벌 IP 보유자가 ‘웹툰 플랫폼 자체’를 유통 채널로 인정한 장면이다. 웹툰이 드라마·영화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중간재’가 아니라, IP를 직접 소비시키는 1차 유통망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를 갖는다.
 
6. 네이버웹툰 ‘컷츠(Cuts)’…세로 스크롤에서 ‘2분 영상’으로 확장
 
네이버웹툰은 9월 1일 ‘컷츠’를 전면 공개했다. 웹툰을 ‘읽는’ 콘텐츠에서 ‘짧게 보는’ 영상형 이용자 제작 콘텐츠로 넓히며 젠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소비 습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변화는 포맷의 문제가 아니라 체류시간과 발견의 문제로 이어진다. 짧은 영상은 알고리즘 추천과 공유에 유리하고,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는 속도가 빠르다. 웹툰 플랫폼 경쟁이 ‘작품’에서 피드(추천 화면) 노출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7. 카카오엔터, 불법유통 대응 ‘2억4000만건 차단’…단속이 산업 경쟁력이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불법유통 대응 백서에서 2024년 하반기 전 세계 불법 유통물 차단·삭제가 2억4000만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웹툰·웹소설 시장이 커질수록 불법유통도 함께 커진다. 문제는 그 속도다. 불법 사이트는 복제·재업로드가 빠르고, 피해는 누적된다.
 
올해의 포인트는 ‘단속’이 더이상 사후 처리로만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술(워터마킹·추적)과 운영(신고·차단), 법무(소송·국제 공조)가 한 패키지로 굴러가야 한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작품 라인업만이 아니라, 이 패키지의 효율로도 평가받기 시작했다.
 
8. 카카오엔터 ‘지분 구조 변경’ 검토했다가 중단…자본전략이 왜 뉴스가 됐나
 
카카오는 상반기 카카오엔터의 지분 구조 변경을 검토했지만, 8월에는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매각이냐, 투자 유치냐, 상장이냐’처럼 큰 자금이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원작)부터 음악, 영상 제작·유통까지 한 회사에 묶인 구조다. 이런 종합 콘텐츠사는 오리지널 제작비, 인기 IP 확보 비용, 해외 마케팅 등으로 현금이 계속 필요한 사업이다. 그래서 지분 매각이나 상장 같은 자금 조달 이벤트는 단순한 재무 이슈가 아니라 ‘오리지널 투자와 글로벌 확장 속도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올해 ‘검토 중단’은 당장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가 낮아졌다는 신호로 읽히며, 콘텐츠 기업도 결국 자본시장 환경과 투자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9. 확률형 아이템 규제, ‘표시’에서 ‘분쟁·배상’으로…리스크 관리가 핵심
 
게임 분야에서 가장 체감이 큰 변화는 규제의 성격 변화였다. 확률형 아이템(뽑기형 유료 상품) 표시·고지 의무 위반에 대한 이용자 보호 장치가 올해 본격화됐다. 업계는 8월 1일을 기점으로 입증책임 전환(게임사가 ‘위반이 없었다’를 설명해야 하는 구조)과 최대 3배 손해배상 등 민사 리스크가 커졌다고 보고 대응 체계를 재정비했다.
 
이는 단순히 확률을 공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부 데이터·로그(서비스 운영 기록)를 어떻게 보관하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 가능한 형태로 남기며, 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부서가 책임지고 대응할지까지 포함한다. ‘라이브 서비스 운영’의 한 축이 콘텐츠 업데이트에서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로 넘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10.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시행…‘해외 책임·해외 성과·해외 확장’이 한 번에 겹쳤다
 
ㅇ
 
10월 23일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게임사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글로벌 서비스의 책임 소재를 국내로 끌어오는 장치가 제도화된 셈이다. 해외 사업자에게도 한국 시장의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방향성이 분명해졌다.
 
게임 쪽에서는 ‘해외’ 축에서 성과와 확장도 동시에 나왔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의 ‘아크 레이더스’는 12월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 2025’에서 ‘베스트 멀티플레이어(멀티플레이 게임 부문)’를 수상했다. 한국 게임사의 영향력이 국내 개발작을 넘어, 해외 스튜디오 포트폴리오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크래프톤은 6월 24일 일본 ADK 인수를 발표하며 게임 IP를 광고·애니메이션 제작망까지 연결하려는 행보를 드러냈다. 게임사가 ‘게임만 만드는 회사’에서 IP 제작·유통 체인을 가진 회사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gigs2026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