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2026년 구조개혁의 본질은 '축적 방식의 전환'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사진=아주경제DB]
2026년의 미션은 '구조개혁'이다. 2025년이 전환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한 해였다면 이제는 '실행'해야 한다. 구조개혁의 이미지는 인원 절감과 비용 삭감으로 대표되는 파괴다. 외환위기의 고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구조개혁은 경제가 부를 쌓아 올리는 방식, 즉 '축적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교체하는 과정이다.
 
오래전 한국 경제의 축적은 수직적 선순환으로 가능했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던 결핍의 시대에는 국가가 기획하고 기업이 실행하는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서 자원은 일사불란하게 배분되었고, 이는 제조 중심의 양적 축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수직적 축적 모델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 수직적 분업 구조는 칸막이를 만들어 융·복합을 저해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제조 강국 독일이 디지털 전환의 지체로 겪는 '산업적 동맥경화'는 수직적 효율성에만 매몰된 경제가 겪는 구조적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6년 구조개혁의 제1과제는 AI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평적 연결의 완성이다. 오늘날 성장의 핵심은 혼자 할 수 없는 수준(Quality)을 만들어내는 협업에 달려 있다. 오늘날 협업은 단순한 물리적 만남이 아니다. 기업과 기업, 산업과 산업 사이에 데이터가 흐르고 AI가 이를 매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화학적 결합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지정해 육성했다면 이제는 AI라는 범용기술(GPT)이 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의 공정 데이터가 서비스업의 솔루션과 결합하고, 모빌리티 기업의 데이터가 도시 계획과 연결되는 '데이터의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과거 특정 대기업 계열사끼리만 뭉치던 폐쇄적 수직 계열화를 넘어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AI 플랫폼 위에서 기술을 섞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의 역할은 데이터 결합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유인구조와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돈의 흐름을 바꾸는 금융 개혁도 중요하다. 과거 금융은 정부 지시에 따라 전략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배분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이다. 더 많은 자금이 AI, 딥테크, 기후 기술 등 미래 먹거리로 흐르게 하여 더 많은 인재와 가능성이 모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담보가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지는 금융 시스템이 안착될 때 비로소 '리스크 셰어링'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한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벤처와 스타트업이 새로운 축적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회피하는 보신주의 금융이 아니라 혁신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파트너로서의 금융이 필수적이다.
 
한국 경제의 목표는 이제 발전을 넘어 진정한 번영이어야 한다. 2026년의 구조 개혁은 명확하다. 수직으로 흐르던 명령과 분업의 메커니즘 대신 AI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평적 협업의 축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가 공장과 기계를 축적하여 빈곤을 탈출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혁신 자본의 축적으로 다음 단계로 올라설 때다. 이것이 2026년에 우리가 단행해야 할 구조개혁의 본질이자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할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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