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통신망 등에서 구리선을 뜯어가는 도둑이 늘어나고 있다고 CNN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이 30% 폭등한 탓이다. 올해 1파운드당 4.03달러(약 5975원) 선이었던 구리 가격은 이달 19일 5.44달러(약 8066원)까지 올랐다.
방송에 따르면 LA 지역은 미 전역에서 구리 도둑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 하계 올림픽 등을 대비해 통신과 전력 인프라 수요는 늘어나지만, 정작 전선 도둑이 늘어나 시 당국은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방송은 LA 당국이 매년 이들 구리 전선 복구에만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미케이블TV협회(NCTA)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에서는 구리 전선 파손이 1만5000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 중 다수가 구리 전선 도둑질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LA가 있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전체 사건의 절반이 발생했다. LA 보안관실의 한 형사는 “이런 (구리 전선 절도는) 매주 또는 매달 일어나는 성격이 아니다”면서 “매일 (구리 절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거대 통신기업 AT&T는 올해 1월 맨홀을 열고 땅굴을 파 통신 시설에 침입한 구리 도둑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들 일당은 구리선 수백㎏을 뜯어갔고, 이 때문에 고객 수백 명이 통신 장애를 겪었다. 사건 발생 후 회사 측은 해당 맨홀을 900㎏짜리 철제 뚜껑으로 막았지만 또다시 도둑이 들었다. 결국 회사 측은 올해 7월 해당 구멍을 콘크리트로 막아버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내에서 발생한 구리 전선 절도는 2021년 71건에서 작년 2200건으로 대폭 늘었다.
심지어 도둑들은 교량에 설치된 구리 전선도 뜯어간다. 2022년 건설된 식스스트리트 다리가 대표적이다. 이 다리는 1100m 길이로 개통 직후 밤마다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이 빛나고는 했다. 하지만 교량 조명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 11㎞ 분량을 도둑이 뜯어갔다. 피해액만 250만 달러(약 37억원)에 달한다.
도둑들은 가로등 안에 있는 구리선도 뜯어간다. LA시 가로등 당국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2년 사이에 절도 및 파손으로 인한 가로등 고장 건수가 10배 늘었다. 캐런 배스 LA시 대변인은 “(구리 전선 절도는)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들의 범죄로 인해 어두운 거리, 끊어진 통신선, 고장난 신호등(으로 시민이 고통받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가 또 다른 범죄의 위협에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LA시는 아예 구리선을 쓰지 않는 태양광 가로등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도둑맞은 구리 전선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일부 통신사는 자사의 전선에 특정 색깔이 입혀진 종이 코팅을 사용하지만, 시 당국이 설치한 전선은 사실상 식별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AT&T 측에서 점검한 결과, 재활용 사업장 입구에 자사의 구리 케이블 코팅 용지가 벗겨진 채 버려진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0월 구리 전선 도둑은 물론 이를 매입한 고물상과 재활용 업자까지 모두 처벌하는 새 법안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미국 내 다른 12개 주도 비슷한 법안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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