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산, 전력반도체 양산 거점으로 산업 지도 바꾼다

  • SiC·GaN 축으로 연구 넘어 양산·실증까지...국내 유일 전주기 생산 거점

  • 1400억 투입한 공공 팹·소부장 특화단지, 8인치 전환이 승부처

  • 기업 집적·공항 실증·Open-UIC 인재 모델...성과와 과제 공존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전경 사진부산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전경. [사진=부산시]

부산이 대한민국 차세대 전력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수도권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합물 전력반도체(SiC·GaN)를 축으로 한 새로운 산업 축을 형성하며 반도체 산업 지형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연구와 실험에 머물던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양산 체계와 품질.신뢰성 고도화, 수요기업 실증까지 한 도시 안에서 구현한 전력반도체 분야 국내 유일의 전력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 전력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전략의 출발점은 2017년부터 추진된 국책사업 ‘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이다. 당시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은 소재·소자·패키지 전반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았고, 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부산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 방사선의·과학 일반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력반도체센터를 구축하고, 연구–제작–검증–인증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산업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총 858억원을 투입한 상용화 인프라는 공공 팹(Fab), 신뢰성 평가 장비, 공정·패키징 인프라를 갖추며 부산을 ‘연구 도시’가 아닌 ‘제조 가능 도시’로 전환하는 결정적 토대가 됐다.

여기에 지난 2023년 7월, 전국 유일의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부산 전략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부산시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추진되는 특화단지 조성 사업에는 국비 405억원, 시비 180억원, 기장군비 20억원 등 6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 지원과 함께 테스트베드 조성, 공공 8인치 팹 확충, 전문 인력 양성을 병행하며 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6인치에서 8인치 웨이퍼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설정됐다.
 
사진부산시
[사진=부산시]

기업 집적도 가시화되고 있다. SK키파운드리 계열사인 SK파워텍은 6인치 SiC 전력반도체 양산 팹을 운영하며 최근 700억원 규모의 장비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아이큐랩은 국내에서도 드문 8인치 SiC 전력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기장에 본사와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제엠제코, 효원파워텍, 네이처플라워세미컨덕터 등 소재·패키징·응용 기업들도 잇따라 입주하며 소재–소자–패키지–응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집적이 현실화되고 있다.

부산 전력반도체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실증 중심 전략’이다. 기술 개발 이후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국내 산업 구조의 한계를 넘기 위해, 부산시는 공항 지상조업차량(GSE), 특히 터그카(Tug Car)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터그카는 저속·고부하 운행 특성상 전력반도체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기에 적합하고, 공항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안전한 실증이 가능하다. 연구–양산–실증이 한 도시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부산시는 인재 양성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무는 ‘부산형 RISE Open-UIC’ 모델을 통해 기업 현장 안에 캠퍼스를 두고, 이론 교육과 실무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다. 지역 대학과 산업 현장을 직접 연결해 지역 인재가 지역 기업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성과 이면에는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생산 규모와 공정 전환 속도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은 이미 8인치 웨이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자동화·대량 생산 체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부산의 공공 팹과 민간 기업 팹이 이 전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인력 문제 역시 구조적 과제로 남아 있다. 전력반도체는 고숙련 기술 인력이 필수적인 분야로, 수도권 대비 인력 풀이 제한적인 부산에서는 교육과 산업 현장의 연계가 더욱 중요하다.

Open-UIC 모델이 일회성 인력 공급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인재가 산업 현장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리는 구조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성과를 통해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시장 접근성도 숙제다. 전력반도체는 완성차, 에너지, 방산·우주 산업과의 장기 공급 계약과 신뢰 확보가 핵심이다.

중소·중견 기업 비중이 높은 부산 입주 기업들이 글로벌 수요처를 단독으로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 실증과 정부 차원의 수요 연계, 판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와 부산시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전력반도체지원단 설립, 8인치 공공 팹 확충, 국방·에너지 분야 수요 창출 전략 등 후속 정책을 준비 중이다.

박형준 시장은 “앞으로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차세대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술 자립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해양 반도체 등 부산 특성을 살린 신산업 발굴을 통해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및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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