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각도시' 도경수 "첫 악역 도전…부담 보다 '재밌겠다'고 생각"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도경수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를 통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악역에 나섰다. 사건을 설계하고 타인의 삶을 조각하듯 주무르는 인물 안요한은 선한 얼굴 뒤에 냉정한 계산과 잔혹한 쾌감을 숨긴 존재다.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을 파멸로 몰아넣은 설계자이자 모든 사건의 출발점에 서 있는 요한을 통해 도경수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꺼냈다.

"좋게 보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좋은 반응들을 체감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악역 제안을 받았을 때의 감정은 의외로 단순했다. 부담이나 걱정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악역은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걱정되기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전까지는 사연이 있는 역할, 이야기가 있는 인물들을 많이 해왔는데 악역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새롭게 느껴졌어요."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안요한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있어 외적인 변화도 중요했다. 특히 짧은 헤어스타일은 요한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악역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헤어나 스타일링으로 가면 너무 정돈된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탈색을 하면 머리가 망가지잖아요. 일부러 손상시킨 다음에 전동드릴로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삐쭉삐쭉한 텍스처를 살렸어요. 육안으로 보면 잘 보이는데 화면으로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액션 연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현장에서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액션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어요. 합을 맞추는 데 신경을 많이 썼고, 액션 스쿨을 따로 다니기보다는 현장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합을 맞추면서 촬영했습니다."

요한의 내면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선천적인 결핍'에 주목했다. 도경수는 요한을 사회에 섞일 수 없는 인물로 상정했다.

"요한은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성이 결여돼 있고, 사회에 섞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봤죠. 참고했던 다큐멘터리 중에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이 자신의 행동으로 희열과 우월감을 느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고양이를 죽이고 그 영상을 올려서 사람들이 화내는 반응을 보고 관심을 얻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인물이었죠. 그런 부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요한의 전사를 그렸어요."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요한의 결말에 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개인적 해석을 밝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한은 죽었다고 봐요. 태중은 죄가 없고 기본적으로 선함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나 목사님, 은비 같은 사람들이 구하러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요한은 구해주면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죽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작가님이 살린다고 하면 살아야겠죠."

마지막 장면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요한이 진짜 요한인지, 아니면 아무개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에서도 많이 했어요. 제3자일 수도 있고, 어떤 인물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는 아무개로 끝난 거라고 봤어요."

영화 '조작된 도시'와의 연결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원작 영화는 개봉할 때 봤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부분은 없어요. 대신 어릴 때부터 봐왔던 누아르 영화들에서 떠올랐던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말투가 자연스럽게 생각나긴 했지만, 특정 작품을 모방하지는 않았어요. 제 안에서 상상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습니다."

과거 이광수가 연기한 '도경'과 요한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도경이 더 나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요한도 태중 때문에 현장에 간 적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을 시키는 인물이잖아요. 도경은 직접 저지르는 사람이에요. 저지른 일을 더 악화시키는 인물이라서, 더 비열한 쪽은 도경이라고 봅니다."

촬영 방식상 선배 배우들과 직접 호흡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선배들과 눈을 보고 대화하고 연기하고 싶었는데, 화면으로만 혼자 연기해야 했던 게 많이 아쉬웠어요."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조각도시' 배우 도경수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창욱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짧게 만나 아쉬움이 크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고죠.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고, 현장에서 보면서 '아, 진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작품에 대한 반응을 접하는 방식은 다소 조심스러웠다.

"댓글은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대신 현장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이 있어요. 스태프들이 저를 보는 눈이 작품 속 요한을 보는 눈이랑 같을 때가 있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캐릭터로만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시즌2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자신의 생각은 분명히 했다.

"작가님이 살린다고 하면 살아 있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요한은 죽었다고 생각해요. 요한 같은 역할은 구하면 안 된다고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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