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또다시 베네수 유조선 나포...유가 상승 압력 강화 전망

  • 트럼프, 제재 집행 수위 높여...마두로 압박 속 군사·유가 변수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 이동을 이유로 유조선을 추가 나포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제재 수단을 병행하며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 공해상에서 유조선 1척을 추가로 나포했다. 이번 작전은 해군을 포함한 여러 연방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해안경비대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동트기 전 이른 아침, 미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마지막으로 정박한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 지역에서 마약 테러에 자금줄인 제재 대상 원유의 불법적 이동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을 찾아내고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나포가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이뤄졌으며 미 해안경비대가 작전을 주도하고 해군 등 복수의 연방 기관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 10일 제재 대상 유조선인 ‘스키퍼’를 나포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추가 조치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이다.
 
NYT는 나포된 선박이 파나마 국적의 ‘센츄리스’라고 전했다. 해당 선박은 미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제재 대상 유조선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중국 정유공장으로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송한 이력이 있는 중국 기반 석유 무역업체 소유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2019년 미국의 에너지 제재 이후 ‘그림자 선단’ 또는 ‘섀도우 함대’로 불리는 비공식 유조선 네트워크를 통해 원유를 수출해 왔다. 이들 선박은 위치 추적을 차단하거나 선적지를 위장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해 왔다.
 
로이터는 해운 분석업체 탱커트래커스를 인용해 현재 베네수엘라 해역에 있는 70척 이상의 비밀 유조선단 가운데 약 38척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며, 이중 최소 15척은 원유나 연료를 적재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잇달아 격침하는 한편,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인근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군사 자산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유조선 나포를 "심각한 국제 해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미국 군인들이 국제 해역에서 석유를 운반하던 신형 민간 선박을 강탈하고 선원들을 강제 실종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조선 나포가 이어지면서 국제 원유 시장도 긴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1위 국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주 우크라이나 종전안 진전 등에 힘입어 근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반등을 나타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가 종전안 협상과 병행해 지중해의 러시아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타격하면서 또다른 유가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측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원유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OPEC 국가들의 잔여 시추 능력 감소 및 비 OPEC 국가들의 공급 정체로 인해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내년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 당 67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 거래일(19일) ICE선물거래소 2월물 종가인 60.47달러 대비 약 10.8%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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