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미래전망 대학총장포럼] "체제 전환의 해… 균형·혁신·속도가 국가 생존 좌우"

  • "총장 출신 석학들 '체제 유지 아닌 체제 전환 필요' 한목소리"

  • "정치·경제·기술·교육 전면 재설계 없인 생존 담보 못한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미래 전망 총장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총장 좌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 정갑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신성철 전 카이스트 총장 서정희 아주경제 논설고문 20251218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미래 전망 총장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총장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신성철 전 카이스트 총장, 서정희 아주경제 논설고문. 2025.12.18[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격랑 속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치·경제·과학기술·교육 전반에서 누적된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하면 2026년은 도약이 아닌 ‘체제 붕괴의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신문·AJP 주최로 열린 ‘2026 미래전망 총장포럼’에서 전직 경제부총리와 서울대·연세대·KAIST 총장 출신 석학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은 부분 처방이 아닌 국가 시스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균형·혁신·속도·협업·인재’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신성철 전 KAIST 총장, 서정희 아주경제 논설고문이 ‘AI 시대와 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좌담을 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가 좌장을 맡았다.  

“헌정 질서 한계 도달…잠재성장률 추락”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정치·헌정 질서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987년 헌법 체제는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분리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해 왔으나 최근 그 균형이 붕괴됐다”며 “87년 체제는 사실상 종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일치하는 상황에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형식은 유지되더라도 실질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전 총장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직시해야 한다”며 “삼권분립은 조문이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해야 하는 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견제와 균형의 주체를 국가기관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언론, 전문가 집단,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까지 포함한 ‘확장된 삼권분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국민이 권력 집중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를 지키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는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특히 시장 친화적 정책의 후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성장 없는 분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민간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꺾는 정책이 누적되면서 경제 생태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상법·세제 등 주요 입법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문적 검토와 사회적 토론이 실종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세계적으로 장기 고성장을 이룬 국가들의 공통점은 시장 친화성, 개방성,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사회적 신뢰”라며 “이 중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초격차만이 답”

신성철 전 KAIST 총장은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경쟁을 ‘승자독식의 게임’으로 규정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공지능이며, 기술패권 시대에는 초격차 기술을 가진 국가만이 생존한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사례를 언급하며 “몇 개 기업의 가치가 한 국가의 GDP를 압도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략 방향으로 △글로벌 선도형 연구로 전환 △기술 기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한국형 AI 특화 전략 △이공계 인재 위기 해결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지금 한국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인재”라며 “이공계 석·박사 정원 미달과 인재 유출은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단기 성과 중심 연구 지원에서 벗어나 실패를 용인하는 장기 연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서정희 아주경제 논설고문은 AI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속도의 충돌’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상품 생산과 의사 결정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규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고문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도와 거기에 대응하는 한국 또는 인간의 속도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사 관계와 고용 구조가 AI 전환의 최대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고문은 “정부는 규제자이기 이전에 전환을 관리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포용과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붕괴는 국가 붕괴…“위기지만 전환하면 기회다”

포럼 후반부에서는 교육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초중등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시스템이 획일화·하향평준화의 늪에 빠졌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신성철 전 총장은 “미래 대학은 물리적 캠퍼스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며 하이브리드 대학, 융합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갑영 전 총장은 “대학 정책의 목표가 사실상 하향평준화로 고정돼 있다”며 “자율 없는 대학에서 세계적 인재는 나오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AI 기술은 교육을 평균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며 “지금의 위기를 교육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을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균형·혁신·속도·협업·인재’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키워드로 언급했다. 정치적 균형 회복, 시장과 혁신의 조화, 기술 전환의 속도, 민관·산학 협업, 그리고 인재 양성이 맞물릴 때만이 국가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정희 고문은 “시장과 규제가 얼마나 공존할 수 있느냐의 핵심은 포용적 혁신 성장”이라며 “포용적 혁신을 잘 풀어나간다면 본능의 시대를 넘어서 새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신성철 전 총장은 “한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온 나라”라며 “추격자의 전략을 버리고 한국만의 도약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총장은 K방정식에 담아야 할 3가지로 혁신 이노베이션, 협업, 속도를 꼽았다. 그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전환하는 기술사업화 혁신과 산학연 협업, 민관 정치 협업, 글로벌 협업 등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규제 개혁이 기술패권시대에 우리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 협업, 속도의 대한민국 도약 방정식을 구현해 간다면 우리나라는 21세기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하면서 한민족 사전에 위대한 세계를 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피할 수 없는 위기는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며 “AI 대전환은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이자 가장 큰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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