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의 투자노트] 무섭게 뛰는 동양고속…"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 고혜영 기자가 전하는 투자노트

사진  제미나이
[사진 = 챗GPT]

투기와 투자는 한 끗 차이입니다. 투기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만을 목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로, 도박성에 가까운 모험'입니다. 결국 '위험'과 '도박성', 이 두 가지가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투기'라고 할 만한 주가 그래프를 보이는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동양고속입니다. 1968년 12월 19일에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57년 된 오래된 회사입니다. 본사는 경기도 안양에 있습니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회사는 고속버스를 운영합니다. 크게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거나 이슈될 게 없는 이 회사가 증시에서 주목받은 건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세 때문입니다. 동양고속 주가는 상승세라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올라가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얼마나 올랐는지 한번 볼까요.
 
한 달 사이 주가 20배 껑충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동양고속 종가는 13만3600원입니다. 전 거래일 대비 3만800원(29.96%)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한 달여 전인 11월18일 이 회사 주가는 7170원이었습니다. 무려 18.6배가 한 달 만에 뛴 겁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동양고속 주가 그래프는 화려합니다. 지난달 19일 상한가를 치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12월)에만 9번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해 지난 4일, 8일, 12일에 거래가 정지됐는데도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호재가 있기에 동양고속 주가는 훨훨 날아가는 걸까요. 시작점은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개발 사전협상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입이다. 14만6260.4㎡에 달하는 강남 노란자위 땅을 대규모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겁니다.

이 부지는 (주)서울고속버스터미널 소유입니다. (주)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주요 주주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센트럴시티(지분율 70.49%), 천일고속(16.67%)입니다. 동양고속도 주주입니다. 그런데 다른 주주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입니다. 지분율이 달랑 0.17%이거든요.
 
터미널 보유지분은 0.17% 뿐인데...
그럼 이 지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일단 기존 매매거래 등에서 추정한 동양고속 지분(0.17%)의 현금 가치는 약 16억원 수준입니다.

지난 2021년 고속버스터미널 최대주주 신세계센트럴시티(지분 70.49%)가 2021년 중앙고속이 보유한 5.54% 지분을 약 530억원에 매입한 걸 감안한 가격이다. 서초구 토지가격이 2021년 대비 약 1.2배 상승(한국부동산원 지가지수 기준)한 걸 반영해도 지분가치는 약 19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향후 개발이 본격화되면 더 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1대, 2대 주주에 비하면 동양고속의 기업가치가 대폭 오를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게다가 동양고속은 본업에서도 실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2022년 112억원, 2023년 3억원, 2024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냈어요. 올해도 다를 바 없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일부 성공했지만 재무 안정성과 기업 가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왜 오를까?
자, 그럼 왜 주가가 오르는 걸까요? 무엇이 동양고속의 주가를 한 달 만에 20배 가까이 뛰게 만든 걸까요?

일단 거래량 등을 분석해보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게 눈에 띕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동양고속이 첫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개인은 42억9506만원을 순매수했어요.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5억5136만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즉, '불기둥' 장세에 올라타려는 개미들의 움직임이 그만큼 많았고, 이것이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무섭게 뛰는 주가 흐름은 모두에게 부담입니다. 기존 투자자는 '언제 조정 타이밍이 올까'가 걱정이고, 새로 투자하려는 이들에겐 '지금 들어가도 주가가 뛸까?'가 고민입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동양고속 거래 추이를 보면 이런 고민이 읽힙니다. 개인들은 동양고속이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9일 17억8000만원 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이어 또 한번 상한가를 친 지난 10일에는 37억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이런 추이는 11일(-19억원), 15일(-42억원), 16일(+45억원), 17일(+32억원)에도 나타납니다. 가파른 주가 급등에 일부 개인은 보유주식을 팔아치운 것이고, 일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추격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거래 추이입니다.  

주요 주주 중에서도 이런 고민은 있었던 듯 합니다. 동양고속의 2대 주주인 코리아와이드동대구화물은 보유 중이던 동양고속 주식 22만7181주를 전량 매도했다. 그게 지난 8일입니다. 다만 8일 이후에도 6번의 상한가를 기록했으니 코리아와이드동대구화물 입장에선 '좀 이른 타이밍에 팔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요?
동양고속 주가는 언제까지 오를까요? 아니면 언제쯤 조정을 받을까요? 

'투기성'이 짙다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 가운데, 개미들의 투심이 좌우할 겁니다. 부담을 안고 올라타는 이들이 계속 있을 지, 아니면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이들이 매도에 나설 지에 따라 주가는 요동칠 수 있습니다.
 
고혜영 기자
아주경제 증권부 신입기자 고혜영입니다.
[주린이의 투자노트]는 주식 초보의 시각에서 주식시장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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