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대통령실, '환빠' 발언에 명확한 입장 밝혀야"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한국 상고사上古史를 다룬 책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한국 상고사(上古史)를 다룬 책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하며 '환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역사학계가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역사학계 및 고고학계 48개 학회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명백한 위서인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한 사이비역사는 부정선거론 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라며 "대통령실은 환빠나 환단고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48개 학회는 “‘사이비역사’의 뿌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아시아주의(대동아공영권)와 맞닿아 있다”며 “해방 이후 친일파 인사들이 일제의 대아시아주의를 모방해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주창하며 사이비역사가 싹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승만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국수주의적 이념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역사학자들은 '환단고기'는 위서라고 거듭 강조했다. 옹호하는 측은 '환단고기'가 고려 말~조선 전기에 저술된 여러 책을 수합해 1911년에 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역사학계는 1979년에 이유립이 간행한 위서라는 것을 정설로 본다. 1911년 간행본은 확인된 바 없으며, 1922년에 출토된 '천남생묘지명'의 내용을 비롯해 ‘세계만방’, ‘원시국가’, ‘남녀평권(男女平權)’ 등 19세기 말 이후의 근현대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성명서는 “사이비역사는 역사학계가 '환단고기'를 역사서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식민사학의 후예라고 비방한다”며 “그렇지만 위서는 말 그대로 가짜 역사서일 뿐 어떤 사료적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역시 ‘환단고기’에 대해 상상력이 투영된 자기 만족적 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 관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강연 행사에서 환단고기에 대해 "옛날 고조선이 세계지배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우리가 따라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역사로 증명하는 시기에 자신들의 민족적 열등의식을 그냥 상상력으로 해서 자기만족 했던 사관이 환빠"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환빠 이야기를 했던 것은 환빠를 지지해서가 아니고 그 골치 아픈 환빠를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어본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명서에는 고구려발해학회, 고조선단군학회, 역사교육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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