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피차이·올트먼·머스크가 말하는 AI CEO - 그래도 기업가정신은 아직 사람 몫이다.

“AI가 CEO의 일까지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공상처럼 들리지 않는다.
순다 피차이,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등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이 잇따라 ‘AI CEO’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사무직을 바꾸고 있고, 공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정말 기업의 최고경영자일까.
 
AI는 결정을 잘한다, 그러나 책임은 대신 지지 않는다
 
CEO의 역할은 흔히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 CEO의 본질은 다르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결정의 결과를 끝까지 떠안는 사람이다. 이 단순한 차이를 우리는 종종 잊는다.
 
AI는 데이터를 모으고 숫자를 비교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제시하는 데 뛰어나다. 이런 점에서 “CEO의 일은 AI가 하기 쉬운 일”이라는 순다 피차이의 말은 절반쯤 맞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물류, 가격 결정의 상당 부분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다. 이 흐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AI가 내놓은 선택이 실패했을 때, 누가 앞에 나서 설명하고 책임질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AI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기술 논의가 가장 자주 피해 가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책임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판단은 더 어려워진다
 
AI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가 부족해진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졌다는 데 있다. AI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전략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다. 필자는 이를 ‘알고리즘이 만든 기회의 바다’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면 축복처럼 보이지만, 길을 잃기 쉬운 환경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알고리즘 기업이지만, 프라임 요금 인상이나 대규모 물류 투자 같은 결정은 여전히 인간 경영진이 내린다. 데이터는 방향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지금 이 선택이 고객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숫자로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결국 사람 앞에 남는다.
 
AI가 만든 선택은 데이터와 설계 방식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비용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안전이나 신뢰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CEO에게 필요한 능력은 AI를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릴지를 가려내는 판단력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느낀다.
 
올트먼의 질문, 그리고 예외의 순간들
 
샘 올트먼은 판단도 반복되면 결국 AI가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일상적 결정은 앞으로 더 많이 자동화될 것이다. 이 점에서 그의 낙관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은 늘 예외 상황에서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금융회사는 최고의 모델과 데이터를 갖추고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 필요했던 것은 더 정교한 계산이 아니라, “지금은 멈춰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 이런 장면은 지금도 기업의 회의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계산 능력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의미를 붙이는 힘이다. 같은 AI를 써도 어떤 기업은 살아남고, 어떤 기업은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스크의 미래, 그리고 아직 넘지 않은 선
 
일론 머스크는 더 먼 미래를 본다. 언젠가는 AI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인간은 통제권을 내려놓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기업가정신도 역사 속에서 계속 모습을 바꿔 왔다. 상인에서 공장주로, 창업가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진화해 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의 사회는 기업의 최종 결정을 기계에 맡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법도, 제도도, 책임의 구조도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오래된 말은, 필자가 보기에,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 기업인에 던지는 질문
 
이 논의는 한국 기업인에게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경제는 인간 기업가의 판단과 결단 위에서 성장해 왔다. 압축 성장의 시기에 기업을 움직인 힘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떠안았던 사람의 결정이었다. 이 사실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앞에서 “이 결정은 내가 책임진다”고 말하는 리더십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AI는 여러 선택지를 보여 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실패했을 때 대신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기술은 조직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흔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이 AI 시대에도 성장하려면 앞서 책임의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AI는 CEO를 대신해 결정할 수는 있어도, 결과 앞에 서 줄 수는 없다.
 
AI는 CEO를 없애지 않는다, CEO를 시험한다
 
 
AI는 CEO의 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아니다. AI는 CEO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선택에 대해 당신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앞으로 CEO의 일은 더 쉬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다. AI가 만들어 낸 수많은 가능성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온 필자 역시 지금의 판단이 영원한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기업가정신은 아직 인간의 영역에 남아 있다.
AI는 결정을 도와준다. 그러나 결정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사진=챗 GPT 생성]
[사진=챗 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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