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기를 끝으로 내년 정계에서 은퇴하는 낸시 펠로시(85) 전 미국 하원의장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의제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펠로시 전 의장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일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탄핵) 하겠다고 말하는 건 우연이 아니라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잘라서 말했다. 이는 펠로시 전 의장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는 악연으로 꼽힐 정도로 정치적 갈등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발언이다.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악연으로 유명하다. 펠로시 전 의장이 트럼프 1기 당시 두 차례의 탄핵안을 주도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할 때 펠로시 의장이 그 원고를 찢어버린 것도 유명한 일화다.
펠로시 전 의장은 그 대신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2028년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현상 유지를 하면서 선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펠로시 전 의장은 “우리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가 이 나라에 가하는 공포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펠로시 전 의장은 작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및 기억력 논란과 이어진 후보 교체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문은 펠로시 전 의장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여론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후보 교체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바이든 전 대통령은 펠로시 전 의장의 조언을 받아들였지만, 두 사람의 수십 년 넘는 정치적 우정은 끝나버렸다고 한다. 펠로시 전 의장은 “그(바이든)를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슬프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전 의장 역시 20선 하원의원 경력을 뒤로 한 채 은퇴한다. 그는 “내가 (은퇴한다는) 미래 계획을 밝혔을 때 (바이든 전 대통령은) 멋진 성명을 발표해 주었고, 그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펠로시의 은퇴를 두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하원의장”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악한 여자(an evil woman)지만 은퇴해 나라에 기여했다”고 비꼬았다.
올해 85세인 펠로시 전 의장은 이전에 비해 거동이 다소 불안정하지만, 한 시간을 꼿꼿하게 인터뷰할 정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사망할 경우) 자신의 묘비에 어떤 문구를 새기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자 펠로시 전 의장은 “묘비명에 대해서는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펠로시 전 의장은 여성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나는 여성 하원의장 이전에 여성 미국 대통령이 먼저 나올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면서 “그것은 유리 천장이 아니라 대리석 천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내 생애에는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에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당초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정계 은퇴를 할 생각이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면서 은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