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雲谷) 정인영 HL그룹 창업회장의 평생 좌우명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동생인 정인영 창업회장은 현대그룹에서 형을 돕다가 1962년 한라그룹(현 HL그룹)의 뿌리가 된 현대양행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1996년까지 35년간 정도 경영, 열정적 도전과 개척 정신, 창의성 등에 기초한 기업가 정신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한라'를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학계에서는 '대한민국 중공업 입국'을 위한 초석을 다진 혁신적 기업가로 평가한다.
한국경영사학회는 "한라그룹은 한국 최초 해외 공사 수주, 건설 장비와 턴키베이스 방식, 시멘트 플랜트 수출 등 중공업의 기틀을 마련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이었다"며 "특히 발전설비 도입을 이룩해 '원자력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한 기업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6년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라그룹은 재계 순위 12위까지 오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다만 직후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한라건설(현 HL디앤아이한라)을 제외한 주력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하고 그룹이 해체되면서 존재감이 약화하고 있다. 정 창업회장은 2006년 타계하기 전 차남인 정몽원 HL그룹 회장에게 "만도는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선친의 뜻을 이어받은 정몽원 회장은 남아 있던 한라건설을 기반으로 그룹 재건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며 2008년 매각했던 만도기계(HL만도)를 다시 인수했다. 정몽원 회장은 "중공업으로 산업보국을 해야 한다는 아버님의 신념이 굉장히 강하셨다"며 "재기할 때 만도의 성장이 큰 힘을 보탰지만 아버님의 중공업에 대한 애착은 자서전에서도 표현돼 있듯 중후장대한 중공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크기가 작은 자동차 부품은 취급도 안 하셨다"고 회고했다.
만도 인수 뒤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중견기업집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쉬운 행보다.
정 회장은 2022년 사명을 '한라(Halla)'에서 'HL(Higher Life)'로 바꾸며 새 출발을 알렸지만 로봇 개발 등 신사업 성과가 미미해 아직도 HL만도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정 창업회장의 리더십과 개척 정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톱10'을 꿈꿨던 한라그룹은 2010년 40위로 밀린 뒤 사명 변경 후에는 56위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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