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① 김윤아가 말하는 자우림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자우림 김윤아에게 ‘노래를 만든다’는 일은 감정의 폭발이라기보다, 더 깊은 곳에서 굴러가는 뇌의 유희에 가깝다. 헤르만 헤세가 말한 유리알 유희처럼, 세계의 파편을 손끝으로 굴려가며 질서와 의미를 찾아가는 고요한 놀이. 그는 오랫동안 무대 위에 서왔지만, 공연이 반복일 수 있다는 상식을 매번 뒤집는다. 새로운 관객, 새로운 연출, 새로운 기획 속에서 그는 여전히 ‘처음의 설렘’을 느낀다.

좋은 노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마치 사랑의 순간을 말하듯 담담한 대답이 돌아온다. 듣는 이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흔들어 “좋다”고 느끼게 하는 곡. 그리고 ‘노래를 잘한다’는 건 기술적 지표를 넘어, 결국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꾸준히 자신을 다듬는 일이다. 창작의 무대에서는 솔직함과 은유가 경계를 이루지만, 그에게 음악은 은유를 거치는 순간 모든 것이 드러나는 세계다. 숨기고 싶은 부분은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우림 김윤아 사진  놀유니버스
자우림 김윤아 [사진= 놀유니버스]
김윤아에게 ‘노래를 만든다’는 건 어떤 감정의 과정인가 
- 감정이라기보다는 뇌의 유희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와 같다.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여전히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설렘’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있나
- 모든 무대가 새로운 설렘이다. 매번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새로운 연출과 새로운 기획으로 하는 공연들이니까.

김윤아가 생각하는 ‘좋은 노래’의 기준은 무엇이고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이 궁금하다
-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고 본능적으로 ‘좋다’ 라고 느껴지는 곡이 좋은 노래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음정 박자 호흡 같은 당연한 것들을 배제하고 좋은 소리를 내는 일이다. 꾸준히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작을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과 ‘숨기고 싶은 부분’이 공존할텐데 그 경계는 어디쯤인가
 - 대체로 솔직해지는 순간들을 보내고 있고 숨기고 싶은 부분은 없다.은유를 거치면 모든 것이 음악이 된다.
 
자우림이라는 이름과 함께 성장한 시간은 김윤아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김윤아 개인이 성장한 시간과 같다.

'김윤아 답다', '자우림 답다'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 자유롭고 존중하고 은유하며 침잠하고 동시에 분노하는 것이다.

예전보다 감정의 표현이 더 절제된 듯하면서도 깊어졌다는 평이 많다. 스스로도 느끼나
-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감사하다. 늘 모든 면에서 한층 더 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슬럼프나 공허함이 찾아올 때, 어떻게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나
- 공허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운이 좋지 않은 시기 역시 그렇다.
굳이 그런 현상에 집중하지 않는다.

요즘 김윤아를 가장 ‘살아있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 자우림 정규 12집 LIFE! 다,

음악 산업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음악의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김윤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윤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윤아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의 꿈과 지금의 꿈은 어떻게 달라졌나. 지금 김윤아의 꿈은 뭔가
- 음악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저의 꿈은 같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자우림’이라는 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우림에게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뭔가
- 변한 것은 앨범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이다. 팀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상호 존중과 수익 균등 배분다. 자우림 멤버들은 동료이기 이전에 제일 친한 친구들이다. 쉴 때도 모이고 여행도 같이 다닌다.

자우림의 음악엔 늘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이 깔려 있는데, 이번『LIFE!』에서는 그 통찰이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었나
-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앨범의 소재가 됐다.

김윤아에게 ‘삶(LIFE)’은 어떤 단어인가. 지금 시점의 김윤아가 정의하는 ‘삶’이 궁금하다. 김윤아에게 잘먹고 잘산다는 의미는 뭔가
-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며 가족과 주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삶을 노래한다’는 건 밴드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굉장히 도전적인 일 같다. 음악으로 삶을 다루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밴드가 인생을 다루지 않는다면 무엇을 노래할 것인지 찾기가 오히려 어려울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은 어렵고 노래하는 일은 그처럼 고되지 않다.

 
김윤아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윤아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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