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는 韓, 보채는 美…관세협상 마무리 시점 두고 한미 동상이몽

  • 李 "투자 방식 등 쟁점…지연, 꼭 실패는 아냐"

  • '속도전' 시사한 트럼프…'톱다운' 해결 주장도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이 조속한 타결을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이 투자 구조와 이익 배분 등 세부 조건에서 국익을 앞세우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 협상 지연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손실 공유와 배당 구조까지 모두 쟁점”이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협상 지연이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이 대통령의 첫 ‘교착 인정’으로, 양국 간 시각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통상문제가 아니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산업 공급망 재편이 맞물린 ‘경제 전면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핵심 쟁점은 투자 구성비와 이익 배분 방식이다. 한국은 대출·보증·지분참여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반면 미국은 자국 내 실물투자 확대를 요구하며 직접투자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또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한 기존 합의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원산지 규정과 이행 시점, 보조금 연계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단기 성과보다 장기 산업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의 기술·투자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산업의 체질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문제”라며 “양국의 이익에 서로 부합하느냐, 프로젝트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이냐, 금융 외환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느냐 등의 원칙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정부는 협상 지연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무리한 조기 타결’을 피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앞서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조속한 합의를 시사했다. 반면 한국은 실무진 간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 간 정치적 타결이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을 경계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7월 대체로 △상호관세 25→15% 인하 △한국의 대미 투자(3500억 달러) △미국의 주요 수출품 시장 접근성 개선 등 큰 틀의 원칙에 합의했으나 이후 세부조건 협의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금 배분’과 ‘산업 연계 조건’이 충돌하면서 협상이 두 달 넘게 멈춰선 상태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 발언은 협상 교착의 사실상 공식화라는 입장이다. 공은 결국 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아시아 순방 일정 중 한·미 합의를 ‘성과 카드’로 내세우려 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측 협상단은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실무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외환·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산업계와 공조해 대외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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