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 "노동시장 전환기, 경사노위 정상화 시급"

  • "경사노위, 입법 영향력·공개 시스템으로 연계돼야"

  • "국회가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대신할 수 없어"

  • "이중구조·AI 전환 대응 위해 노사정 다시 모여야"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회적 대화 기능이 중차대한 시기에 멈춰선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합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올해와 내년은 한국 노동시장의 위기이자 전환기"라며 노사정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다. 권 위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경사노위"라며 "사회적 대화 없이는 노동 개혁도, 지속 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취임 당시에는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열리고 사회적 대화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움직임이 있었다. 공무원·교원 근로시간 면제 제도 협상이 타결됐고, 고령자 계속고용위원회가 착수해 운영을 시작했으며 인공지능(AI) 연구도 가동해 현재·미래 과제들을 논의하던 시기였다. 노사정 분위기도 회복 국면이었는데 연말 계엄사태 이후 논의가 멈추면서 지금까지 공전 중인 점이 매우 안타깝다. 중차대한 시기에 사회적 대화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어 조속한 정상화를 바란다."

-사회적 대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뭔가.
"사회적 대화는 주요 갈등 이슈나 정책 과제를 노사정이 모여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그 출발점에는 경청과 신뢰, 존중이 놓여야 하고 대화 과정에서 타협과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201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경사노위로 개편되면서 노사가 주도성을 갖게 됐다. 노사 주도형 대화가 잘되려면 노사가 대표성·책임성·정책적 역량을 갖춰야 하며, 정치적·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더불어 경사노위가 단순한 의견교환 창구에서 그치지 않고 입법 영향력이나 공개·피드백 시스템 등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본다."

-최근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가 출범했는데, 경사노위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국회 주도형 사회적 대화는 지난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데 대한 아쉬움과 민주노총 불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왔다고 본다. 국회는 본래 입법기관이고 그 기능 자체로 이해관계를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경사노위는 역사성과 의제의 다양성,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대신할 수 없다. 경사노위에서 의제를 정리하고 논의를 진행한 뒤 미진한 부분을 국회가 보완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중구조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노동시장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에는 노사정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바람직한 개혁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노동 공급 감소다. 인구가 줄면서 노동력도 감소하고 있다. 개혁의 목적은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다. 저출산 해결이 근본 대책이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전까지는 여성과 청년이 노동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동일한 일을 해도 보상이 다른 이중구조가 진입을 막고 있다. 결국 일한 만큼 보상받는 구조, 즉 직무·성과 기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감소 속에서도 생산성을 높이고, 연공서열 중심인 임금체계를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경사노위는 '계속고용제'와 관련한 공익위원안을 제출한 상태다. 공익위원안의 핵심 방향은 무엇인가.
"공익위원들은 연공급 중심인 한국 임금체계에서 법정 정년을 단순 연장하는 것이 청년고용과 노동시장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60세 이상 근로자 중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재고용 의무를 부여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고용 안정은 보장하되 기업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막기 위해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해 임금·직무·근로시간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즉 60세 이상 근로자에게는 일할 기회를, 기업에는 생산성 기반의 임금체계를 허용해 청년고용 위축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주 4.5일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데.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운동의 역사이자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주 5일제 때 누리던 소득과 삶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노동력 활용법과 생산성 향상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하려면 생산성을 어떻게 높이고, 일자리를 어떻게 나눌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제조업처럼 근로시간과 생산이 비례하는 업종은 타격이 클 수 있다. 이런 분야는 중소기업,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문화와 관행의 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8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앞으로 어떤 과제가 있는가.
"노란봉투법은 한국 노사관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갈등과 분쟁을 키우기 때문에 시행 전까지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노사가 합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히 정비하고, 필요하면 후속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돼야 하며 경사노위가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노란봉투법 추진 때 사회적 대화가 공전하면서 경사노위에서 법안을 다루지 못한 점은 상당히 아쉽다."

-AI나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새로운 노동 문제나 쟁점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
"이제는 'AI 확산'이 아니라 'AI 전환' 시대다.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디지털 전환(DX)에서 인공지능 전환(AX)으로 단숨에 넘어가고 있다. 이 변화에서 가장 큰 충격은 청년층과 저연차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AI가 단순·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채용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일 경험을 넓히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인턴십 기회를 늘려 경력 단절을 막아야 한다. 또 재직자에 대한 AI 활용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채용·배치·평가·해고 등 거의 모든 과정이 AI 기술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AI와 노동연구회'를 운영 중이며 오는 11월 관련 녹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면 연구회 수준을 넘어 의제별 회의체로 발전시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경사노위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바로 경사노위다. 올해와 내년은 한국 노동시장의 위기이자 전환기다. 저출산·고령화뿐 아니라 국제정세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사노위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경사노위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 노사정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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