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차이나 피크' 이론과 '시진핑 실각설'의 교훈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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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심서(中國心書) 2025 ⑧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된 이후 미·중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통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여 중국이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가만히 얻어맞지만은 않았다. 중국도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미국을 괴롭혔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관세전쟁이 중국의 반발로 승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기간 열리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의 격화를 막고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잠정적인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관세전쟁이 미국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중국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미국의 과소평가에 있다. 2018년 무역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책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미국이 사용한 수단과 방법은 거의 발전되지 않았다. 미국이 중국과 협상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협상의 달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 TACO)’는 조롱까지 등장하였다.

대중 강경파가 대중 정책을 주도하게 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두 가지 사실을 오판했다. 첫째는 중국의 경제, 인구, 군사력, 소프트파워 등이 정점에 도달해 앞으로는 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할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이론이다. 인구배당 효과의 원천인 만 15세에서 64세 사이 생산가능인구는 줄기 시작했으며, 성장률도 두 자릿수의 고속에서 한 자릿수의 중속으로 전환되었다.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은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첨단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신질생산력과 같은 산업·통상정책을 통해 중국은 전략적 중요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산하 벨퍼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우주·양자 전 분야의 논문/특허/시장 규모, 대학·기업 연계 혁신 생태계에 미국이 중국에 앞서고 있지만, 그 차이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은 국가 주도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반도체·바이오·우주에서 미국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딥시크 충격이다. 항저우의 중소기업이 출시한 이 AI 모델은 빅테크의 후원을 받는 오픈AI의 최신 모델에 근접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강력하게 제재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였다. 최신 노광장비만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시진핑 실각설도 미국의 대중 정책에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말 이후 군 서열 3위와 5위인 허웨이둥 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의 당·군적이 박탈되었다. 당 중앙정치국원인 리간제 중앙조직부장과 스타이펑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이 서로 보직을 맞바꾸었으며, 마싱루이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당서기도 면직되었다.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최측근의 낙마와 좌천은 시 주석이 실각할 수 있다는 예측으로 이어졌다.

2025년 8월 말 상해협력기구 정상회담과 9월 초 80주년 전승절 행사 이후 실각설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23일 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의 권위가 약화되었다는 결정적 징후는 없었다. 오히려 시 주석을 승계할 수 있는 후보군이 부상하지 않아 시 주석의 4 연임 가능성이 더 커졌다.

피크 차이나 이론과 시진핑 실각설과 반대로, 중국은 관세전쟁에서 미국의 공세에 잘 대처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 제재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희토류 수출통제이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자는 사실상 없다. 희토류는 자동차 및 방위 산업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F35 전투기에 418㎏,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에 2600㎏, 버지니아급 잠수함에 4600㎏의 희토류가 각각 필요하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차단도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2018년 무역전쟁 직후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치의 과녁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두 재배 농민에 맞춰져 있다. 농민의 지지세가 약화되면,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수입 일부의 농촌 지원 방안은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다 보상될 정도는 아니다.

관세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대중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이 전면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와 제재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 (NSC) 중국 담당 국장을 역임한 러쉬 도시는 피크 차이나 이론은 중국 경제의 단기적 침체를 장기적 쇠퇴로 오인하여 미국의 방심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 대한 과잉 대응을 정당화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장도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기보다는 미국의 기술 혁신 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시진핑 실각설도 공산당과 군부 내 권력투쟁을 과장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시 주석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고위층을 꾸준히 숙청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측근의 처벌은 권력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의 징표로 해석될 수 있다. 권력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핵심 인사를 한꺼번에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이나 피크 이론과 시진핑 실각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대중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와 시진핑 정권이 몰락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을 둔 대중 정책은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역효과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중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념과 가치에 기반을 둔 선입견이 냉정한 분석을 가로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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