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J중공업이 하반기 들어 수주 확대, 미국 해군 정비시장 진입 임박, 재무구조 개선 등 3박자를 동시에 갖추며 실적 회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HJ중공업이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방산·MRO(정비·유지·보수) 사업의 글로벌 진출, 최대주주 전량 참여 유상증자 효과가 맞물리면서 ‘질적 성장’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조선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9월에는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885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4척(총 6400억 원 규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두 선종 모두 단가와 기술 난이도가 높아 수익성 향상에 직접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HJ중공업은 선박 품질관리와 납기 준수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연료전환 수요 증가에 발맞춘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LNG 벙커링선과 중대형 컨테이너선 연속 수주는 ‘친환경 조선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특수선 강점을 살린 MRO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미국 시장 진입의 관문으로 불리는 MSRA(함정정비협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정비·건조 시설과 대형수송함, 고속상륙정 작업 현장 등을 점검했다.
서류심사와 기술평가를 통과한 상태로, 이르면 11월 안에 MSR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MSRA는 미 정부가 함정 정비 수행능력과 협업 체계를 공식 인증하는 절차로, 향후 미 해군의 MRO 물량 수주를 위한 핵심 레퍼런스로 꼽힌다.
HJ중공업이 인증을 획득할 경우, 글로벌 함정 정비시장 진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회사는 부산·경남 조선기자재 업체들과 함정 MRO 협의체를 구성해 기술·인력·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MRO 사업 특성상 보안, 품질, 납기 준수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역 협력체계를 통한 내재화와 표준화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무구조도 한층 안정됐다. 최대주주가 전량 참여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며 자본 여력이 확대됐다.
확보한 자금은 재무건전성 개선과 함께 친환경 선종, MRO 및 방산 분야 투자에 투입된다. 이는 조선 경기의 변동성 속에서도 설비·인력 보강과 프로젝트 관리 고도화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올 상반기 기준 HJ중공업의 조선·건설 통합 수주잔고는 8조8000억원으로, 중기 매출 가시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세 가지 관전 포인트에 주목하고 있다.
미 해군 MSRA 체결 시점 및 인증 범위, LNG 벙커링선과 컨테이너선 추가 수주 흐름, 유상증자 자금 유입 효과가 재무지표에 반영되는 속도 등이다.
이자비용 절감과 순차입금 축소가 현실화되면, 자본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되며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환율·금리 변동, 원자재 가격, 숙련인력 수급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경계요소다. 회사는 이에 대응해 프로젝트 관리(PM), 품질보증(QA), 디지털 정비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전 사업 부문이 시너지를 내며 균형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대주주의 자본 확충 지원을 토대로 하반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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