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 갈등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놓고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재차 감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를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12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9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처는 정당하다"며 희토류 제재 의지를 드러냈다.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희토류 의존도가 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칫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 조처를 발표하며 △디스프로슘(Dy) △사마륨(Sm) 등 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원소는 노광기, 식각기 등 반도체 정밀 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중국이 90% 가까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반도체 장비에도 제재 대상 희토류 합금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중국이 자국 내 수출자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역외 수출자'도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문화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수출 승인 대상에 포함될 경우 까다로운 승인 절차, 납기 지연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중 갈등의 여파로 '새우 등 터진'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조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면 미 정부의 개별 수출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국내 업계는 단기적 대응으로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 4월 중국이 이미 한 차례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이후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전기차 및 방산 부품 기업 등이 희토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우리 기업들은 미·중 간 대치가 자칫 시장 악재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라며 "희토류 통제가 장기전으로 전개될 경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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