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복구에 나선 가운데 데이터베이스 이중화(백업)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행정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국정자원 데이터 서버를 광주와 대구 등 분원으로 이전하는 대신 본원 복구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대체 수단으로 분원 센터가 있지만 시스템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본원 시스템 복구가 최우선이라고 행안부는 판단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전과 광주 서버는 액티브(활성화), 스탠바이(대기) 형태의 재난복구(DR)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며 "시스템 용량 문제로 이전이 어렵기 때문에 본원 복구를 우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를 통해 정부 업무 기준 1600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대전 본원에서 가동이 중단된 시스템은 647개로,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멈춘 상태다.
내부적으로 일부 관계 부처에서는 본원 복구를 기다리는 대신 행안부에 이전 요청을 해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피수용기관이어서 행안부 지시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계 부처는 “광주 분원 서버 규모는 대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 모든 시스템을 옮기기는 어렵다”며 “화재 직후 곧바로 광주로 전환하면 다시 대전으로 복구하기 어려운 만큼 본원에서 재가동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복구하기 어려운 서버를 비롯해 우선순위에 따라 일부 서버만 분원으로 이전해 재가동하도록 했다. 화재 피해가 가장 심한 7-1 서버는 대구로 옮겨 재가동될 예정이다. 나머지 우정사업본부 등 관계 부처 서버는 우선순위에 따라 복구 작업에 착수하거나 이전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산망은 사실상 대전 본원 복구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26일 화재가 난 본원 전산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자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인 ‘G-클라우드 존’에 해당한다. 이 구역의 DR 시스템은 서버 DR과 클라우드 DR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환경이다. 국정자원은 서버 재난복구 환경은 갖췄지만 클라우드 DR 환경은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규모 클라우드 운영체계 특성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쌍둥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지역적으로 떨어진 곳에 마련해 두고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즉시 가동하는 서비스 백업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개설된 대구 분원은 데이터 백업 공간조차 부족했다. 현재 백업 데이터는 공주 센터로 이전되지만 전체 서버 시스템을 대신 가동할 수는 없다.
민간 IT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화재로 인한 전산마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응한다. 전산실은 기본적으로 화재 등으로 인한 장애에 대비해 백업은 물론 복구 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병원 등 대규모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3-2-1 백업 전략을 적용해 여러 복사본을 서로 다른 저장 매체와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암호화·접근 통제를 통해 외부 침해와 랜섬웨어에 대비한다. 또 기업들은 이중화된 데이터센터와 DR 센터를 운영해 메인 서버가 마비돼도 즉시 업무를 이어갈 수 있으며 온프레미스 스토리지와 클라우드 백업, 변조 방지 장치 등을 병행해 안정적인 데이터 운영을 유지한다.
해당 업계 종사자는 "엔지니어들이 보통 24시간 대기하며 데이터 원본과 백업본을 하루에 세 번은 동기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모든 서버시스템을 중앙집권화해 지금까지 운영을 해온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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