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영구 정지된 원전은 총 213기에 달한다. 이 중 완전히 해체된 원전은 23기며 나머지 190기는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규제 당국의 해체 승인 대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040년을 전후로 해체 수요가 정점을 찍어 관련 시장 규모가 약 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급속히 팽창하는 해체 시장과 달리 원전 해체 경험을 갖춘 국가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업용 원전을 완전 해체한 경험을 보유한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대부분은 소형 원전이나 연구용 시설 해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전 해체에는 원자로 해체는 물론 방사선 폐기물 관리, 방사선 안전, 부지 복원 등 복합적이고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된다. 높은 기술 진입 장벽으로 인해 기존 강국 중심으로 과점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신규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 등 '선행 주기'에 집중해왔다. 원전 해체나 폐기물 처리와 같은 '후행 주기'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 1호기 원전 해체를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원전 해체 산업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원전으로 40년간 운영을 마친 뒤 2017년 6월 영구정지됐다. 이후 해체계획서 수립과 규제기관의 기술 검토·보완 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았다.
한수원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총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해체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와 부지 복원' 순으로 추진된다.
지난달에는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내부·야드 설비 해체 공사 입찰'을 공고하면서 해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총 1조713억원을 들여 2037년까지 해체를 마무리한다는 게 한수원 측 방침이다.
한수원은 2031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계통에 대한 해체를 거쳐 2037년 해체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원전 해체 기술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 이어 대형 상업용 원전을 온전히 해체한 두 번째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은 이후 예정된 월성 1호기 해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체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안전관리와 환경보호, 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 핵심 원칙으로 할 것"이며 "고리 1호기 해체는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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