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정권 시절 이른바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사형당했던 고(故) 김태열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28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이 확정됐던 김씨 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보안사 수사관들이 구속영장 없이 김씨를 강제 연행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고, 정상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검찰 조사에서도 보안사 진술과 동일한 내용을 반복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법정 진술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더라도 실제로 자유롭게 발언했는지는 의문”이라며 “보안사 수사관들이 재판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보안사에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할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피고인들과 진술이 맞춰진 상태에서 홀로 진술을 번복해 사형 같은 중형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허위 자백으로 형량을 줄이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인사들이 반정부 조직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군사정권은 1970년대 전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통혁당 재건운동’으로 규정해 진압했다.
김씨는 1974년 재판에 넘겨져 1975년 사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돼 1976년 2월 사형이 확정됐다. 사형 집행은 1982년 10월에 이뤄졌다.
김씨 유족은 2023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같은 사건에서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1991년 가석방된 고(故) 박기래씨는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고(故) 진두현씨·박석주씨 역시 올해 5월 무죄가 확정됐다.
사형이 실제 집행된 고(故) 강을성씨 사건 재심도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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