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구조 개혁의 주요 축으로는 현재의 토지 매각 방식에서 직접 개발 또는 임대 공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LH의 이 같은 사업 구조 개편에 대해 “필요한 논의”라면서도 자금 조달 부분을 변수로 꼽았다. 초기 재정 투입과 자금 조달 문제를 안고 있어 제도적 보완책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LH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구조를 바꿔 누적되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8일 "토지 임대 방식으로 개발하자는 것은 의미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자금 조달"이라며 "토지를 수용하게 되면 그에 따른 토지 보상금이 발생한다. 이 비용은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조달하는 측면이 있는데 임대로 가게 되면 이런 순환 구조가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자금 조달에 대한 계획과 이에 따른 예산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LH 사업 구조를 택지 매각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전환 가능한 것"이라며 "땅을 매각하지 말고 자체 개발하라고 하면 주택 공급 자체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결국 자금 조달이 문제일 텐데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현재 LH 부채 규모도 160조원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쉽지 않은 구조 변화"라고 말했다.
LH의 사업구조 개편 방식으로 거론되는 싱가포르 모델에 대해서도 도시국가 모델은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가 토지청을 통해 90% 이상 국유화한 싱가포르는 택지 개발부터 건설, 분양까지 전 과정을 공공이 담당한다.
서 교수는 "싱가포르는 헌법을 통해 정부 예산 1%를 국공유지 확보 비용으로 책정하도록 돼 있어 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LH는 그렇지 못하다"며 "모든 국민에게 공공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보다 민간 공급을 존중하고 주거 취약계층에 주거 복지를 힘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도 "싱가포르나 스웨덴 등은 국가 소유 토지가 많기 때문에 택지 개발부터 분양까지 전 과정에서 공공이 담당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대부분 사유지여서 LH 개혁을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서 말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LH의 사업성부터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 교수는 "신도시를 개발하게 되면 그 목적이 주택 공급 확대에 있는데, 3기 신도시를 예를 들면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쾌적한 주거 환경'이 우선된 도시 계획으로 전체 면적 34%가 공원 녹지"라면서 "주택 용지를 늘리고 용적률을 평균 196%에서 1기 신도시 수준인 300~350%로 상향만 해도 25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LH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약 200% 용적률로 가면 개발비가 안 나온다"며 "공공임대 아파트를 지어도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 부채가 누적돼 쌓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LH 부채는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나타난 측면이 있다"라며 "현실적인 가격과 맞지 않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강조하다 보니 수익을 내지 못하고 부채만 키우는 식이 됐고 품질이 안 좋은 주택 이미지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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