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변한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국민들이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일본 도교 하네다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DC를 향해 출발한 직후 공군 1호기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할 얘기들은 대충 짐작하는 것"이라며 "안보 문제, 국방비 문제, 관세 협상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예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요 의제는 사전에 실무에서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한다"며 "그 과정에서 사실상 타결될 것도 있고, 미세 부분을 제외하고 불충분하게 타결되는 경우도 있고, 또 정상 간 대화에서 결정돼야 할 부분도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도 하나의 주권 국가이고, 주권 국가에서 우리 주권자들,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진 못할 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대화도 그리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통상, 외교·안보 상황들이 많이 바뀌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과할 만큼 국가 중심, 자국 중심이어서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한 대로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어려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세 협상 이후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 한·미의 주장이 갈리고, 미국 측이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그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또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다"며 "일단 한 합의를 그렇게 쉽게 뒤집거나 바꾸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미국 방문에 앞서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의 관세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는 매우 우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또 현장에서 특별히 제가 요청을 드려 자신들과 미국과의 협상 내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한국이 미국과 협상하는 데 있어서 어떤 점에 주의를 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협조해 주기로 약속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가 공동언론발표에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논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지금은 비록 적게 시작하지만,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 배려가 깊어지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전향적 조치가 가능하다. 그쪽도 동의한다"며 "조금만 더 시간 주시면 훨씬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에 있어서도 더 가시적인,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핵과 관련해 동결, 축소, 비핵화의 단계적 여건을 조성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단 멈추고, 축소하고, 종국에 가서는 비핵화하는 것이 맞겠다는 바람이었는데, 이 얘기는 제가 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이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서 한 합의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우리 동북아시아,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최근 비판 발언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이라며 "자연의 일부처럼 우리가 강을 건너야 되는데, 왜 이 강이 넓고 깊으냐고 원망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우리는 강을 건너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여정 부부장이든 김정은 위원장이든 그들의 입장이 있을 테니까 그 입장을 고려해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대한 확보해서 경제 안정도 누리고, 국민 불안도 줄이고, 충돌의 위험성도 줄이면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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