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29 동계아시안게임' 준비 난항…"대체지로 韓·中 거론"

  • 물 공급 및 스포츠 센터 설립 난항

하얼빈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14일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차기 대회 개최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4일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차기 대회 개최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설 중인 스키 리조트 공사에 난항을 겪으며 대체 개최국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2029년 대회를 한국이나 중국이 대신 개최하고 사우디는 그다음 대회인 2033년 대회를 유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18년과 2022년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고, 대회에 필요한 시설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다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사우디 측과 이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계아시안게임은 2017년 일본 삿포로 대회 이후 맥이 끊겼다가 올해 2월 중국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부활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 대회를 개최하더라도 올림픽보다 관심이 적고 홍보 효과가 보장되지 않아 다들 개최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특히 동계스포츠는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눈이 내리는 나라에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시아권 국가 가운데 눈이 내리는 나라 자체가 많지 않다.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한 국가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4개국뿐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앞서 사우디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유치 신청을 했고 지난 2022년 10월 유치가 확정됐다. 제10회째가 되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은 사우디 서부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도시인 네옴시티에서 개최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그 안의 대규모 산악 관광단지인 '트로제나'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사우디는 트로제나에 스키 슬로프 등 경기장과 호텔, 스파, 골프장 등을 건설해 "세계적 수준의 동계스포츠 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물 공급 문제부터 난항이다. FT는 인공눈 제작을 비롯해 리조트에서 쓸 물을 확보하려면 200㎞ 떨어진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지만 사우디가 핵심 시설인 해수 담수화 설비 공사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로제나 지역이 해발 2600m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난관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국토의 95%가 사막인 사우디가 동계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 것을 두고 사우디 왕가가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스포츠 워싱은 스포츠와 화이트 워싱(부패, 추문 등으로 인한 악평을 지우는 일)의 합성어로 국가, 기업, 단체 등이 스포츠를 이용해 각종 문제를 은폐하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일을 뜻한다. 사우디는 국내 각종 인권 문제를 비롯해 언론인 살해 등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해 스포츠를 악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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