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대단지 '수원 벽적골' 1년째 공사비 분쟁..."불완전 계약 관행 없애야"

이촌강촌 아파트 리모델링 투시도 사진서울시
이촌강촌 아파트 리모델링 투시도. [사진=서울시]


수도권 최초로 2000가구 대규모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관심을 받은 수원 영통 벽적골 두산·우성·한신 아파트가 1년 넘게 공사비 분쟁 중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코로나 기간 이전 대비 30% 인상을 요청하는 반면, 조합은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불완전한 계약 관행이 분쟁 씨앗이 됐다며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원 벽적골 두산·우성·한신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대우건설에 공사비 협상에 비협조적이라고 항의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지난 6월 총회를 열고 분담금 및 공사비 인상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으나 대우건설이 관련 자료 제출을 미룬 탓에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평(3.3㎡)당 795만원으로 인상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단지는 수원 영통구 망포역 역세권에 1842가구 대단지로, 사업비는 5858억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은 2022년 공사비로 평당 595만원과 단지명 '푸르지오 더 마제스티'를 제안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기존 입찰 제안가 대비 약 34% 인상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를 총액 위주로 산정한 불완전 계약이 분쟁 씨앗이 됐다고 지적한다. 공사 물량·단가가 명확히 기재된 내역서 없이 총액만 제시해서 이후 공사비 협상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는 "시공사를 선정하면 조합의 협상력은 약할 수 밖에 없다"며 " 각 조합은 사업 초기부터 체계적인 사업관리와 내역서 기반 계약을 갖추고, 제도권은 이를 행정·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짚었다. 

리모델링 공사비 급등은 전국적 현상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리모델링 평균 공사비는 평당 890만원으로, 2022년 593만4000원에 비해 50% 가까이 뛰었다. 서울 이촌현대아파트 역시 2022년 착공 뒤 롯데건설과 공사비 갈등을 겪었다. 롯데건설이 평당 542만원에서 926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만 파견하던 ‘전문가(코디네이터)’를 투입해 올해 1월 평당 853만원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뒤늦게 공사비 검증 기준 마련에 착수해 올해 처음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개정안은 공사비가 당초 계약 대비 10% 이상 증액되거나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할 경우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하고, 결과를 총회에 공개하도록 했다. 시공사의 일방적 증액 요구를 통제하고 조합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단발적 사후 조정으로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사업 초기에 전문 사업관리자를 배치해 계약·공정·원가를 통합 관리하고, 단계별 원가 검증과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신속한 분쟁 조정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동우 아주대 명예교수(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장)는 “공사비 검증 제도는 발생한 분쟁을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계약 단계에서 원가 구조와 시공사의 이윤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구조체와 기초 보강이 전제되면 마감재 물량은 충분히 산출 가능해서 차액 산정의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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