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전 시장 열리나…한수원-웨스팅하우스 JV, 성배냐 독배냐

  • 한수원·웨스팅하우스 합작 논의하나...공식 서명은 '아직'

  • 트럼프 행정부 원전 확대 정책...韓기업에 새 기회 열리나

  • 합작회사 구조상 지분·이익 배분 한계...기술 종속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른바 '굴욕 협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원전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원전 부흥을 선언한 미국 내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지분 구조·수익 배분 문제와 기술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2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미국 현지 기업들과 원전 산업 내 전략적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오는 2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이날 밤 비행기로 미국 출장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JV 설립 논의다. 다만 이번 방문 중 공식 서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JV 설립 논의는 초기 단계"라며 "서명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JV 설립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력 방향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도 이 같은 협력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국무위원급이 정상회담길에 배석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물을 내지 않겠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앞서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내 원전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합의문에는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할 경우 웨스팅하우스에 검증을 받아야 한다. 특히 북미와 유럽, 일본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다는 등 내용이 담겨 있어 '굴욕 합의'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JV 설립 논의가 이뤄지면서 한수원과 한전은 '굴욕 합의'의 오명을 최대한 씻어낸다는 계산이다. JV를 통해 합의문에 명시된 진출 불가능 지역에서도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와 맞물려 실질적 사업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설비용량 규모를 현재 97GW(기가와트)에서 400GW 수준까지 4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근에는 '풍력이나 태양광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SNS에 남기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 기업에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로 나타날 수 있다. 전 세계 원전시장에서 원전 설계부터 건설, 시운전, 운영, 유지·보수 등 전체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곳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한수원뿐이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설계와 기술만 보유했을 뿐 실제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력사가 필요하다. 합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다면 건설, 기자재 등 한국 원전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상 JV 구조는 지분율과 이익 배분 방식을 따로 결정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 이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 내 JV 법인은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한국의 원전 기술·운영 노하우가 미국에 귀속되는 형태로 '기술 종속'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해외에서 JV 협력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도 있다. 라인야후가 대표적이다. 일본 라인과 야후 재팬의 합작법인 '라인야후'는 출범 당시 아시아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양사 간 이해관계와 지배구조 문제로 상황이 악화됐고 결국 실질적 주도권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가져가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는 "협상하기 나름이지만 JV에서 지분·의사결정 구조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경우 (라인야후 등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물론 JV 협력의 장점이 더 많지만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JV 추진과 관련해서 한·미 정상회담 차원의 협력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협력은 기업 간에 협의할 사안으로 정부 간 협력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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