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인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에는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조기 총재 선거 개최 여부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자민당 당칙에는 총재 선거를 앞당길 수 있는 ‘리콜’ 규정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역조직 대표 과반이 총재 선거를 요청할 경우 선거를 조기 개최할 수 있다. 다만 2002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실제 ‘리콜’이 이뤄진 적은 없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이달 말에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총괄 보고서가 마무리되면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의원들과 지역 대표들의 의견이 ‘리콜’로 좁혀질 경우 이시바 정권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최근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이시바 총리 퇴진에 반대한다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6∼17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사임에 대해 54%가 ‘그럴 필요 없다’, 36%가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 아사히는 지난달 26∼27일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 비해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필요 없다는 견해는 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에 한정하면 76%가 이시바 총리 퇴임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이시바 정권 유지에 동력이 되고 있다.
아사히는 또 자민당 내 ‘총리 끌어내리기’ 움직임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49%로, ‘납득할 수 있다’고 답한 37%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 문항에서도 역시 자민당 지지층에 한정할 경우 ‘납득할 수 없다’는 60%, ‘납득할 수 있다’는 30%로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이같은 흐름은 이달 초 공영 NHK 방송과 지지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마찬가지로 나타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지지층으로부터 연임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를 얻고 있다”면서 “당내의 총재 선거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연일 이어지는 당내 퇴임 압박 속에서도 외교 일정에 전념하는 등 연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이시바 총리는 20일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잇는 물류망 정비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 중이다.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이달 말에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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