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마루 전망대] 1400만 개미 거센 반발 속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운명은

  • 대주주 기준 10억 원복에 반발…국회청원 14만명 넘어

  • 여론조사도 엇갈려…시행령 개정 사항에도 정부 '부담'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환원을 둘러싼 개미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연말에 대주주 물량이 쏟아지는 과정이 반복될 경우 코스피 시장이 '우상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대주주 기준 완화·강화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과세원칙 일관성도 놓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이미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버린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결정될까요.

8일 국회 전자청원을 살펴보면 이날 정오 기준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청원에 14만3086명이 동의했습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개미들은 왜 뿔이 난 것일까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의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것이 시작입니다.

현재 특정 종목의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보고 매각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는 10억원 이상 특정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했던 기준을 문재인 정부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연말마다 매도 물량 쏟아질 것" vs "주식시장 영향 증거 없어"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비판하는 주식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져 소액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청원인도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연말마다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 코스피는 미국처럼 우상향할 수 없다. 예전처럼 박스피, 테마만 남는 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이른바 '장투'를 유도하는 정책이 포함됐지만 대주주 기준 하향은 이를 역행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습니다. 부자감세 논란에도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의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과 맞물려 내려가고 있던 증권거래세도 2023년 수준으로 원복하기로 했습니다. 금투세 폐지에 따라 증권거래세를 다시 복원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이른바 '단타'보다는 장기투자에 나서는 개미들에게 유리한 정책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주주 기준이 되는 '10억원'이 모든 종목의 합이 아닌 단일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1% 미만입니다.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투자자는 소수에 그친다는 의미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며 "국민들이 평균 5.79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주주 기준이) 50억원씩 한도를 주면 250억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주주 기준 완화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의문입니다. 앞서 기재부는 2023년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했지만 같은 해 순매도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 완화보다는 시장 수익률이 매도 여부에 더 큰 영향을 입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론도 갑론을박…"정부, 과세 기준 분명히 해야" 주장도
결국 여론의 향방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조사 지표들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대주주 기준 강화가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62.5%를 기록했습니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은 27.4%, '잘 모름'은 10.1%입니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윤 정부에서 완화된 법인세율과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원상 복귀시키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51%, 반대한다는 응답이 31%에 그쳤습니다.

갑론을박이 오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대주주 기준은 정부만 의지를 가진다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세법시행령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이죠.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한 법률안들은 지난 1일부터 입법예고를 하고 있지만 시행령 개정 사안은 아직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구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주주 기준 원복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기재부가 세제개편안·세법개정안 등을 발표한 뒤 이를 수정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또는 법제처 협의 과정에서 소소하게 수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큰 틀의 변화가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 개편안 마련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 둘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제 개편안 마련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세제개편안이라는 큰 사안을 당정 간 협의 없이 진행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정치권에서 공방이 오가는 것도 변수입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당장 여당에서도 재검토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에 안정을 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세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참여연대는 "과세 기준은 주가의 장기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주주 기준 환원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며 "오히려 일관된 과세 원칙이야말로 투자자 신뢰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최종결정권자의 '결단'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의 운명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코스피 5000'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반대로 이를 막아서게 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 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전체 응답률은 3.2%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입니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응답률은 14.7%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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