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부동산 분야가 제외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폐기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가운데 공시가격을 활용해 세제 개편 없이 보유세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세금 부담 확대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빠졌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세법 개정 없이 보유세를 올릴 방법이 공시가격 현실화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것으로 오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면 시세와 공시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중산층까지 과도하게 보유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고 2023년부터 2020년 현실화율인 평균 69%(공동주택 기준)를 적용했다.
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해 언급이 없지만 보통 공시가격 조사 산정 업무가 10월 정도부터 시작돼 시장 상황을 본 뒤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서울 등 올해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한 결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 수준으로 가정해 보유세를 산정하면 올해보다 보유세가 20∼30% 이상 오르는 단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올해 1274만원에서 내년은 1688만원으로 약 36% 증가한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도 내년 보유세가 3580만원으로, 올해 2841만원 대비 27.8% 오른다.
대출 규제 이후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면 보유세 역시 감소하겠지만 현실화율을 높이면 보유세 부담은 다시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한 로드맵을 살펴보면 2026년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평균 80.9%로, 올해 현실화율보다 11.9%포인트 높다.
정부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현실화율을 75%까지만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유지하더라도 고가주택의 보유세는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현 시세가 49억원이라면 현실화율 75% 적용 시 내년 공시가가 올해 대비 28.8% 오르고, 보유세는 올해 1315만원에서 내년 1904만원으로 50% 상승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계획대로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 기준 90%로 끌어올린다면 고가주택의 상당수는 보유세가 50%까지 오를 전망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교수)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행정자료에 기초가 되는 중요한 기준인데 이를 무리하게 바꾸거나, 개정하면 부작용은 불가피하다"며 "산정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과세 원칙에 맞게 균형성 제고에 집중해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6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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