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했어?”, “속상했어?”, “화가 났어?” 이 세 마디가 마음을 열고, 관계를 바꾸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걸 교사이자 저자인 권수영 작가는 교실에서 직접 경험했다. 공감이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그저 느낌을 묻고, 들어주는 것. 아이든 어른이든, “내 마음을 알아주려 한다”는 그 진심에 사람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불편해? 속상해? 화가 나?’는 공감의 말 한마디가 만드는 변화에 대한 따뜻한 기록이다. 권수영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권수영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불편해? 속상해? 화가나?’ 작가님께서 책 소개 부탁드린다
- 아이에게 공감하고 싶을 때, 화가 난 부모님을 만났을때 누구라도 공감하고 싶다면 먼저 ‘불속화’를 말해 본다. ‘불속화’가 뭐냐면 “불편했니?” “속상했니?“ ”화가났니?”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묻는 것 하나만으로도 상대방과 공감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
그렇게 묻는 것 하나만으로도 상대방과 공감의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공감은 느낌을 찾고 이름을 붙여주는 거라는데, 느낌말 찾기란 어른도 쉽지 않다. 느낌을 알아주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꼭 내 감정이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선생님이 나를 공감해 주려고 노력하시네. 내 마음을 알아주시네. 나를 사랑하시나 봐.” 하면서 스르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공감하고 싶다면 이렇게 다가가 보면 좋겠다.
- 일단 중요한 것은 멈춤이다. 그 후에 호흡하며 떠오르는 몸과 마음의 느낌 바라보고 나 안아주기와 나비포옹을 한다. 피터 A. 레빈(Peter A. Levine)은 호랑이 깨우기에서 트라우마 치유방법에 하나로 신체감각치료로 ‘나 안아주기’와 ‘나비포옹’을 소개했는데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게 된 지역이 있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상실감과 절망은 너무도 컸다. 우울이 극에 달해 잠도 이루지 못하고 메스꺼움, 현기증을 호소했다. 바짝 예민해져서 서로 다투다가도 이내 말을 잃고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모든 아이를 계속 안아 줄 수 없으니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를 안아주는 방법을 해 보도록 했다. 자기에게 건낸 위로지만 많은 아이들이 신비하게도 회복할 수 있었다.
‘불속화(불편했니, 속상했니, 화가났니)’를 처음 발견하고 체화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 가끔은 이런 날도 있겠네. “오늘도 또 화를 내고 말았네.” “오늘도 아이들과 연결되려 하기 보다는 바른 행동만 주입하려 했네” 그런 후회의 순간이 찾아와도 괜찮다. 이해인 수녀님은 ‘기다리는 행복’에서 “후회는 우리를 더 나은 내일로 이끄는 힘” 이라고 했다. 우리가 후회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 중 하나다. 후회는 우리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교사로서 수많은 방법 중 ‘공감 언어’를 가장 먼저 전하고 싶으셨던 이유는 무엇인가
- 2013년, 처음으로 비폭력대화를 만났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다. ‘말을 다르게 한다고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기도 했고, 습관처럼 나오는 말투를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과 부딪히는 순간들 속에서 한 마디, 두 마디 실천해 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변한 것은, 바로 저 자신이었다. 힘들게 느껴졌던 아이, 하루에도 수십 번 제 속을 태우던 그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만 느꼈던 말과 행동들이 ‘혹시 저 아이 마음속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하고 바라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교사들은 이렇게 화가 나는 상황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겪어내고 있고 거의 매일 화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화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화가 날 때 어떻게 나를 보호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화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더더욱 배우지 못했다. 화난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볼 줄 알고 다정하지만 예의를 갖춰 단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선생님이 되려면 우선, 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화나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 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나의 행동과 말을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화로 인해 우리 스스로에게 아픔을 주는 일이 생겨나지 않기를, 더불어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 부모님과도 편안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 선생님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행복한 교사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아이들과 웃는 날이 많기를 소망한다. 화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내 몸과 마음을 먼저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멈추고, 호흡하고, 관찰–느낌–욕구–부탁의 순서로 비폭력대화로 연결해 볼 수 있다. 매일 내 느낌을 감지하고, 그 안에 담긴 욕구를 들여다보며, 부탁도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게 된다. 제대로 된 공감을 펼치기 위한 비책은 ‘불속화로 여는 매직워드’에 있다.
실제 교실에서 ‘불속화’를 적용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를 소개해달라
- 자주 공감하니 아이들도 스스로 불속화를 묻고 사과하고 편안해진다. 보통 하지마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내가 불편해서 그래 멈춰줄래? 와 같은 말들을 아이들이 하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도 부모님도 교육시키게 되고 그러면서 고마워, 같이 쓸래? 말해줘서 고마워,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등의 표현이 늘어났다. 2학기 상담 때 부모님과 나눈 이야기인데 수민이 부모님이 크게 다툼을 했다고 한다. 큰 소리가 들리자 수민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 화가 나?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화가 나면 천천히 다섯 번 숨을 쉬래. 엄마 아빠도 싸우지 말고 다섯 번 숨을 쉬어 봐. 그러면 화가 안 나게 돼.” 어머니는 아이의 그 말을 듣고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
불속화가 잘되지 않거나 아이가 거부감을 보였던 경험이 있으신가.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셨나 - 내 몸이 불편할 때, 아플 때 교사는 자기를 잘 돌볼 줄 알아야 하고 자기의 느낌과 욕구를 잘 찾을 줄 알아야한다. 아이에게 기계적으로 하는 불속화는 소용이 없다. 진심이 담겨야 한다. 빨리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이 일을 그르친다. 강요가 된다. 의식적으로 내 몸과 마음을 느껴 보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마음챙김 일지를 만들어서 어떤 일이 있을 때 나를 먼저 돌봐 주고 해야 한다. 일상에서 몸의 느낌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매일 수업을 마치고 일지를 쓸 때나 잠들기 전에 자신의 몸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때,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저녁이라면 누워서 몸의 각 부위를 느껴본다. 타라브랙 (Tara brach)은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에서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깨어있음과 살아있음을 탐색해 보면 단지 그 부위에 주의를 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깨가 뭉쳤다면 어깨 부위에 주의를 두면 잠깐 사이에 부드러워지고 배가 단단하게 조여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도 그 부위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조용히 있을 때 떨림, 박동, 압력, 열감, 빛, 맛, 이미지, 소리 등 주변 환경의 변화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교사뿐 아니라 부모, 동료,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불속화’를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뭔가
- 일단 화가 나거나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말을 많이 하고 싶은데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이야기를 먼저 잘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볼 수 있고 그러니까 내 느낌을 잘 찾을 수 있고 내 욕구를 찾아 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욕구도 잘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말하기 보다는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했어? 속상했어? 화가 났어? 라고 묻고 얼마나를 붙이면 더 좋다. “얼마나 속상했어” “얼마나 화가 났어?”

권수영 작가, 이은성(촬영)과 [사진= 김호이 기자]

권수영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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