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심리가 암호화폐로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시장 성장의 수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빅테크만 집중 매수하던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에 베팅하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시장에서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암호화폐 관련 종목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이는 빅테크는 찾기 어렵다. 직전 1개월만 해도 순매수 1위는 테슬라 주가 2배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최근 1개월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서클 인터넷이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3억5241만 달러(약 4851억원)를 사들였다. 서클은 글로벌 시가총액 2위인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다. 이어 순매수 2위는 2억2280만 달러(약 3069억원) 규모를 사들인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다.
3위에는 비트마인이 올랐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마인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이더리움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더리움 30만여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식·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순매수 6위다. 또 이더리움 28만여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샤프링크 게이밍은 순매수 8위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관련주에 베팅하고 나선 건 정책 수혜 기대감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을 담은 지니어스법에 서명했다. 암호화폐가 주류 투자자산으로 편입된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은 하원 통과에 따라 상원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들어선 하락세다. 서클은 최근 5거래일 동안 17.87% 급락했고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도 각각 3.42%, 3.34% 내렸다. 특히 샤프링크는 한 달 동안 131.35% 올랐지만 최근 5거래일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35.93%로 크게 떨어졌다. 주가 상승세가 과열되면서 조정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주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도 정립(지니어스법 통과)은 정책 불확실성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향후 시장에의 자본 유입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관심은 발행 및 유통으로 시작해 블록체인 전문사, 커스터디사 등으로 순차적 확산할 예정"이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은 열어두되, 섣부른 판단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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