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장실 혁명'을 선언한 지 올해로 10주년이 됐지만,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허울 뿐인 혁명에 그치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폭로했다.
20일 중국 국영중앙(CC)TV는 산시성 윈청시 지산현 정부가 '농촌 화장실 혁명' 일환으로 지난 2년간 정부 재정자금 230만 위안(약 4억5000만원)을 투자해 새로 지은 공중화장실 23개가 일 년 내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장식품'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지산현의 '미래 마을' 건설 프로젝트 시범 지역인 지자좡 마을의 경우, 새로 지은 공중화장실은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어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깨끗하고 악취가 나지 않는다.
이곳은 가끔 지도자가 시찰하거나 행사가 있을 때에만 개방되는 보여주기용 화장실이다. 마을 주민들은 평소 악취나는 열악한 환경의 재래식 화장실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자좡 인근 마을의 새로 지은 공중화장실도 상황이 비슷한 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공중화장실을 새로 짓고 단 한 번도 외부에 개방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농촌 주민들의 공중도덕 의식이 부족해 청소 등 유지 관리가 번거로운 데다가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이 말한 이유였다.
이에 중국 현대쾌보는평론에서 "공중화장실이 장식품으로 전락한 것은 공공자원의 낭비이자 새로운 형태의 형식주의, 게으른 정부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짚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2015년 관광산업 진흥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친 '화장실 혁명'은 CCTV 저녁 7시 메인뉴스에서 헤드라인으로 다뤘을 정도로 국가 중점사업으로 추진됐다. 시 주석이 전국 농촌 화장실 혁명 현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가 하면, 지방시찰 때마다 현지 농촌을 방문해 물어보는 질문이 "화장실이 수세식이냐 재래식이냐"였을 정도다.
시 주석의 '화장실 혁명' 구호에 따라 1차 사업에서 2017년 10월말 기준 200억 위안을 투입해 전국적으로 6만8000개 공중화장실을 새로 짓거나 개보수했으며, 2018년부터는 3년에 걸쳐 추가로 6만4000개 공중화장실을 신축·개보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2021년 12월엔 중국 공산당 당중앙과 국무원 명의로 발표한 '농촌 생활환경 개선 5개년 행동계획(2021~2025년)'에서 농촌 신식 화장실 보급률을 높이고, 화장실 분뇨 처리를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실 혁명' 덕분에 중국농촌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지 전국 농촌 공중 신식화장실 보급율은 73%에 달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화장실 하나 짓는데 200만 위안을 투입하는 등 초호화 5성급 화장실이 논란이 돼 중국식 보여주기 행정의 민낯이 드러나자,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7월 열린 전국 농촌 화장실 혁명 현장 회의에서 형식적인 비용 낭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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