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상법 개정의 격랑 속, 기업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 이성주 법무법인(유한) 화우 변호사

이성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이성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새 정부 출범 후 자본시장과 기업 환경을 둘러싼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특히 지난 7월 15일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 공포만을 앞둔 개정 상법은 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고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감사위원 선임에 관한 소위 '합산 3%룰' 확대 적용, 독립이사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공포 후 즉시 시행되기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에 맞추어 이사회 운영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개정 과정에서 함께 논의되었으나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제외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을 내용으로 하는 후속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도 최근 발의되었다. 하나같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당면한 과제부터 살펴보자. 개정 상법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이사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것과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것을 규정하였다.

여기서 '총주주' '전체주주'의 의미가 다소 모호하지만 개별 주주 각각이 아닌 추상적 집단으로서 주주를 의미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손익을 발생시키는 대부분의 거래에서는 회사의 이익과 총주주의 이익의 방향이 같을 것이므로 결국 핵심은 전체주주 이익의 공평한 대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거나 양자 간 이익이 불비례적으로 귀속되는 사안이 주로 문제될 것이다.

당장에 이사회는 주요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서 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조치를 모색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겠다. 그 방안에 관하여는 미국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Khan v. M&F Worldwide Corp. 케이스 법리를 참고할 만한데, 여기에서는 독립성이 인정되는 특별위원회와 소수주주 다수결에 의한 승인을 소수주주에 대한 이중적인 보호장치로 제시하고 있다. 소수주주를 상대로 서베이 등을 실시해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 가능한 방안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들은 합산 3%룰 확대 적용(공포 1년 후 시행)에 민감하다. 이들 회사는 통상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왔는데 이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3%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소위 '합산 3%룰'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 의하면 모든 유형의 감사위원에 대해 합산 3%룰이 적용되므로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종래의 방식으로 합산 3%룰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후속 개정으로 논의되고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까지 결합되면 주주제안 감사위원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전자주주총회(2027. 1. 1. 시행)를 통한 소수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는 여기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요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지배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이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법령은 바뀌었고, 제도는 변해가며, 주주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백기사와 연합하는 등 전통적인 경영권 유지 전략은 미봉책이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의 시기를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일반주주의 신뢰를 구축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주주와의 소통, 밸류업 프로그램 실행,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의 선임을 마다할 주주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이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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