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 "방위비 언급 피하라" 美에 요청...자민당, 선거 앞두고 여론 악화 우려

  • 일본 "자체 판단으로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미국 설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오는 20일 예정된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방위비 증액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사히 신문은 13일 일본 정부가 참의원(상원) 선거를 의식해 미국 측에 “방위비 증액에 대해 회담에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의 방위비 확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권 여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 3월과 5월에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위비 증액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정부 측은 세 차례 연속 언급을 자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일정까지 연기를 제안하면서 참의원 선거 이전에 방위비 증액 논의가 공식화되는 것을 막았다. 아사히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선거 때 정권과 여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이른 시일 안에 반드시 자체 판단으로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미국 측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의 2025년도 방위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며 2027년도까지 GDP의 2% 수준(약 11조엔)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GDP의 3.5% 수준, 약 21조엔(약 196조원)에 달하는 방위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증세, 사회보장 축소, 국채 발행 등 재정적 충격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헌법 제9조는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일본은 GDP 대비 1% 이하의 방위비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면서 일본도 방위력 증강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내 여론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상당수는 방위비 증액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무당층은 방위비 확대에 대해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참의원 선거는 지역구별 비례대표제가 혼합된 구조로 중도층의 표심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자민당은 방위비와 관련한 사안을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참의원 의원 248명 중 절반가량인 125명을 뽑는다. 지역구가 75명, 비례대표가 50명이다.
 
아사히는 “이시바 총리를 비롯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방위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그에 필요한 재원 문제는 선거 기간 중 정면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협상단은 미국과의 협의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이후 7차례 이상 방미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측은 쌀 시장 개방과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하고 있는 미국은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인상과 함께 대중국 전선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 온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최근 수개월 간 일본, 호주 국방당국자들과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충돌할 경우 일본과 호주가 구체적인 역할을 맡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는 지난 11일 사상 처음으로 3자 해군 군수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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