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것보다 더 내"…전기료 폭등에 철강·석화·비철금속 '한숨만' 

  • 산업 전기요금 3년새 70% 급등

  • 기업 요금부담도 급증...年 최대 1조 부담

  • "탈탄소 움직임에 맞춰 제도적 지원 필요"

동국제강 인천공장 아크 전기로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인천공장 아크 전기로 [사진=동국제강]
산업계가 전기료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속된 전기료 인상에 철강·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은 수익성 악화를 넘어 구조조정 압박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법 개정안 통과로 전기요금 추가 인상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합리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는 철강사의 경우, 영업이익보다 더 큰 비용을 전기료로 내고 있다. 

전기로 공정은 저탄소 원료인 철스크랩(고철)을 투입해 쇳물을 만들어 기존 고로 공법 대비 탄소배출을 최대 75% 줄일 수 있어 철강업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 꼽힌다. 통상 전기료가 1킬로와트시당 1원이 오르면 비용은 70억원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전기로 비중이 100%인 동국제강은 지난해 2993억원을 전력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는 전년(1845억원) 대비 62.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5% 감소한 1025억원이다. 

전기로 비중이 49%인 현대제철도 매년 약 1조원을 전기료로 내고 있다. 결국 양사는 전기료 부담 완화를 위해 자체 발전소를 활용하거나 생산 공정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원가절감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주력 인천공장을 야간가동으로 전환했으며 오는 7월 말에는 한달간 공장 셧다운에 돌입한다. 현대제철은 전기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499㎿ 규모의 LNG 발전소를 2028년까지 충남 당진 공장에 지을 계획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석유화학 업계도 전기요금 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역시 주요 생산비 중 전력비용이 약 3.2%에 달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글로벌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 산업단지 발생 전기료는 2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최근 9년(2016~2024년)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철금속 기업도 전기료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전력비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92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 산업용 전기료 인상됨에 따라 전력비용이 전년 대비 약 286억원 정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 역시 전기료가 지난 2022년 1789억원에서 2023년 238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전기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폐열을 활용한 증기터빈 발전기 시스템 등을 운영해 3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이뤘다.   

다만 이같은 전기료 절감 노력은 급격한 요금 인상 폭 앞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일부 기업은 높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국내 생산라인을 최소화하고 해외 설비를 이전하고 있다.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추진 중인 신규 전기로 제철소 설립이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 많이 쓴다고 비효율 산업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이 산업들이 만들어내는 고용과 부가가치를 봐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해외 이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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