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코스피 5000' 기업이익·환경이 달라져야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가 5000을 넘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대나 낙관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은 기대 심리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기업의 실적에 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이익(EPS)의 곱으로 산출된다. 한국 증시의 평균 PER이 약 10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지수 5000을 달성하려면 전체 상장기업 이익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는 항상 경기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실물 경제보다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향후 5년 안에 코스피 5000을 바라본다면, 지금부터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근거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금, 강력한 노조, 4차 산업혁명 금지, 불확실한 정책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지 않으면 주가가 오를 이유도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법인세 부담이 크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6%로, 세계 평균인 21%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업 활동에 대한 조세 부담이 클수록 자금은 연구개발이나 고용이 아니라 세금 납부로 빠져나간다.
 
반면 아일랜드는 법인세 50%를 12%로 낮춰 구글·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1700개 이상을 유치했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12만 달러에 육박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부국이 됐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세율을 낮춰 세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장기적 해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제조업을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해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올해 7월엔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 이익을 늘려주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나스닥은 매년 평균 35%정도 상승한다.

한국은 증권거래세·배당세·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주식 시장에서 걷는다. 미국은 증권거래세가 없고 소득세만 있다. 싱가포르는 증권거래세 0.2%만 있다.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수준으로 주식관련 세금을 서서히 낮춰 향후 모두 폐지한다면 코스피 5000은 조기 달성될 것이다.
 
해외 자본 흐름을 보아도 한국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은 유입보다 2~5배 정도 많다. 국내 시장을 떠나는 기업과 자본은 증가하고,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상속세·배당소득세·주식 양도소득세를 모두 폐지해 자본이 몰리는 환경을 만들었다. 아시아금융본부 80%를 싱가포르가 유치했다. 한국도 경쟁국과의 세제 차별성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 고용 문제도 주가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한국의 대학생 취업률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일자리를 얻어야 소비가 늘어나며, 소비가 확대돼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이 모든 연결고리가 단절되어 있는 구조에서 주가지수 5000은 불가능하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세율을 낮추고 규제는 줄이며, 법과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세금 수입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기업이 활동하고 더 많은 고용·투자·수출이 이뤄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야만 한국 경제 체력이 개선되고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며, 코스피 5000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숫자가 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