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와이드]주영섭 “제조업·서비스업은 순망치한…新제조 강국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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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07-0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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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계화는 ‘위험’ 오히려 글로벌화 기회 삼아야”

  • “외국기업 ‘차이나 엑소더스’ 발생할 것…한국으로 유치기회

  • 현대차의 경우 생산에서 모바일 생태계 혁신으로 영역 더 넓히는 등 국내 R&D 예산 더 늘려야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특별대담에서 “앞으론 플랫폼 회사가 제조업에 뛰어들고, 제조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없어질 것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통합, 이른바 ‘신제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가 ‘성장’을 집어삼켰다. 유례없는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올해 주요국의 성장이 곤두박질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경제는 방역 분야에서 선방했으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풍전등화 상태다.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당장 내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에 각국은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일부는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딱 맞는 디지털화, 플랫폼 등이 유일한 해답이라 말한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특별대담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플랫폼이 중요하니 이 부분만 키워야 한다는 의견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주 교수는 “제조업이라는 탄탄한 경제의 지지기반이 없으면 서비스업도 활성화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주 교수는 2016년 중소기업청장으로 취임, 중기청 역사에 첫 민간 기업 출신 청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중기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면서 마지막 중기청장이 됐다. GE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등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에 서울대 객원교수를 거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에서 활동했다. 민간, 학계, 정부부처를 모두 거친 산업정책 분야 전문가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등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변화의 시기 한국이 제조업 강국에서 ‘신제조업 강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교수는 “제조업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론 플랫폼 회사가 제조업에 뛰어들고, 제조사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없어질 것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통합, 이른바 ‘신제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이 신제조업 강국이 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연구개발(R&D)을 꼽았다. 그는 “한국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는데, 절대금액은 낮은 편”이라며 “세계 각국, 각 기업이 각 산업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결국 R&D 절대금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R&D 투자 총액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적은 편이다. 적어도 일본만큼은 많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주 교수는 ‘탈세계화’를 경계했다. 그는 “R&D 투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살 수 없다. 미국·유럽 등이 탈세계화를 할 때 우리는 이를 오히려 글로벌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특별대담이다.

◆“한국, 신제조업 강국 돼야”
- 최근 한국경제가 어렵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휘청이는 경제를 두고 한국형 성장모델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많지 않고, 관광산업도 경제를 지지할 만큼 크지 않다. 금융허브를 주장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한 대내외 환경과 근본적인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성장모델은 지금까지 제조업을 통한 발전이었다. 그런데 경제성장 단계에서 제조업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서비스업이 발전하는데, 이렇게 전체 산업균형이 갖춰진다. 제조업이라는 기반이 성장한 다음에 서비스업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순망치한(脣亡齒寒)과 같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이 어렵다. 제조업이 어려운데 서비스업이 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산업별 성장 순서가 있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부가가치가 상당하다. 서비스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데.
"최근 카카오 시총이 현대차를 뛰어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이를 해석하는 일부 학자들은 ‘제조업은 이미 끝났고, 서비스와 플랫폼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해석은 굉장히 위험하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고, 수출기반 경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부분을 담당할 주역이 서비스업이 되긴 우리나라 구조를 볼 때 어렵다. 결국 제조업의 역할이다. 제조업의 구매력 확장이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업이 발전해 온 것이다. ‘제조업은 끝났으니 서비스업을 키운다’라고 한다면 우리 경제의 근간을 잃어버릴 수 있다. 산업정책을 조언할 때 엉뚱한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산업정책의 시대적 변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 변화의 시기 속에서 그나마 버틴 국가는 제조업이 탄탄한 국가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제조업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럼 제조업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텐데, 전통제조업으로 계속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요즘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경계가 없어졌다. 데이터혁명, 인공지능(AI)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구글이나 아마존 등은 자율주행회사를 인수하고, (제조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거꾸로 서비스에서 시작해서 제조로 내려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조와 서비스의 통합이다. 업의 경계가 없어진 것이다. 앞으로는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젠 신(新)제조업이 필요하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에서 신제조업 강국이 돼야 하는 이유다."

- 신제조업이라 하면 어떤 형태를 말하는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결국 제조업이 서비스까지 확장해서 제품서비스를 통합하는 거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단순하게 제품 판매가 아닌, 사람들의 동선 데이터를 확보해서 옮겨주는 서비스를 하면 된다. 이동과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제품 제공자가 돼야 한다. 삼성·LG도 휴대전화만 판매하지 말고,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두 다 넣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회사를 같이 지향해야 한다. 업의 경계가 없어진 것인데, 제조업을 바탕으로 서비스화까지 연결한 것을 나는 ‘신제조업’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서비스회사도 서비스만 잘하면 안 된다. 미국과 독일은 이러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제조업은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하다. 또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를 두고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처럼 바라본다. 지금 서비스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제조업 기반 서비스화가 중요한 것이다. 이제는 크게 생각해서 신제조업 육성했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흐름, 중소기업에겐 기회”
- 그럼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금까지 한국 제조업의 큰 방향을 얘기한 것이다. 이 방향이 대기업에만 적용되느냐, 아니다. 우선 대량 생산·소비 체제가 개인화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수작업 시절에서 대량생산 체제로 발전했다. 코스트(비용)를 낮추기 위한 대량생산 시대에는 효율성은 좋지만, 다양성이 떨어져서 고객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제는 고객 개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스트를 낮춰야 하는데, 코스트를 올리지 않고 가능한 게 4차 산업혁명이다. 대량생산이 AI, 빅데이터 등을 통해 개인화·맞춤화 제품 생산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럼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은 아직 대량생산 단계에 있다. 그럼 중국에 이길 수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시장에 나가면 기술력은 독일에 못 미치고, 일반제품은 중국의 가성비를 이기지 못한다."

- 중소기업이 개인화에 맞춘, 다품종·소량생산이 가능한 스마트공장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스마트공장 정책 일부가 수정돼야 한다. 대량생산을 하면서 효율성만 높이는데, ‘코스트 10% 감축’ 같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도 로봇을 많이 도입해 자동화하고 있다. 우리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한데, 인더스트리4.0은 대량생산 체제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대량에서 개인화로 바꾸자는 게 포인트다. 스마트공장은 단순히 코스트를 줄이는 자동화가 아닌 ‘유연자동화’를 해야 한다. 독일은 이런 혁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량생산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으니 개인화로 가야 한다. 개인화된 시장은 너무 세분되고, 빠르게 변한다. 중소기업은 세분화되고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중소기업도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다. 문제는 일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업은 개인화·맞춤화로 갔지만,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대부분은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다. 전자부품·철강·화학 등 B2B 기업은 개인화로 가지 못하니 대량생산과 개인화의 ‘중간’에 있어야 한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오른쪽)가 이용웅 아주경제신문 편집인(왼쪽)과의 특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포스트코로나 시대, 中企 경쟁력 갖춰야”
- 포스트코로나 시대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 대응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똑같다. 우선 중소기업 입장에선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중소기업은 데이터가 없다. 제조장비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 없이 ‘제품 잘 나왔네’하고 생산과정을 끝낸다. 어떤 조건으로 만들어야 좋은 제품이 생산되는지 데이터화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 생활화가 첫걸음이다."

- 최근 대내외 여건도 좋지 않고,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글로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내수 시장을 지켜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장 한·중FTA가 있다. 아직 기업들은 체감을 못하는데, 향후 5년 안에 (중소기업이 체감할 제품이) 다 열린다. 이때는 늦는다. 중국 경제가 좋았을 때 중국 회사들은 내수만 보고 해외로 나올 필요가 없었는데, 이젠 중국 경기도 안 좋아져서 해외로 나올 것이다. 진입이 가장 쉬운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시장은 당장 2025년쯤이면 한·중FTA로 문턱이 거의 없어진다. 이미 농산물은 중국이 휩쓸고 있는데, 공산품도 이런 상황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한·중FTA에서 서비스업까지 확대·개방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제조업은 한국 중소기업에겐 엄청난 위협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90%가량이 내수 중심이다. 한국시장 경쟁에서 이겨야 내수를 지킬 수 있고, 그 다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탈세계화는 ‘위험’ 오히려 글로벌화 기회 삼아야”
- 국내 중소기업이 변화를 서둘러야만 하는 안팎의 상황은 이해하겠다. 그러나 최근 ‘탈세계화’ 현상이 눈에 띈다. 이 시기 중소기업이 굳이 해외를 목표로 경쟁해야 하는가.

"탈세계화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기업도 한국으로 유턴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다른 나라가 탈세계화 하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잘살자? 아니다. 우리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살 수 없다. 미국·유럽 등이 탈세계화를 할 때 우리는 이를 오히려 글로벌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탈세계화’라는 말의 의미는 ‘탈중국’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글로벌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영상회의도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에 요새 똑똑한 기업인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다. 중소기업이 기회라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제조업의 경우 지금 진짜 경쟁력을 키워서 세계로 진출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외국기업 ‘차이나 엑소더스’ 발생할 것…한국으로 유치해야”
-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코로나19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는 점은 한국에겐 엄청난 기회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재편되면 미·중 갈등문제가 더 강화되고 거세질 것이다.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 역할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역할을 한국이 찾아올 수 있다. 중국에 들어간 외국기업이 ‘차이나 엑소더스’를 할 텐데, 이들 기업을 한국으로 불러야 한다."

- 외국기업 입장에서 한국이 그만큼 매력적인 국가인가.
"‘차이나 엑소더스’ 시 한국에 들어오면 좋지만, 지금은 안 온다. 이유는 강성노조와 노동유연성 문제, 높은 법인세율 때문이다. 그래서 아세안의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으로 가는 듯하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야말로 노사정이 대타협해서 노동유연성을 높였으면 좋겠다. 세금은 외국기업에게 조금 특례를 주면 된다. 외자유치 정책을 잘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가능해 보인다. 노동유연성 문제만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외국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올 절호의 기회다. 대부분 임대공장 쓰고 있으니까 이전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지금은 아세안으로 많이 옮긴 거 같다. 1차적으로 단순 생산공장이 이전한 것인데, 앞으론 2차 웨이브가 올 것이다. 이른바 외국기업의 ‘2차 탈중국’이다. 이들 기업이 아세안 지역으로 갈 수 없는 이유는 그곳은 기술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국으로 가야 하는데, 이 시기를 잘 잡으면 국내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 외국기업 유치가 중소기업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외국기업이 이동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구매선을 바꾸는 것이다. ‘중국소싱(대외구매)’을 ‘한국소싱’으로 바꾸면 된다. 한국회사로 바꾼다는 의미다. 한국회사는 제품을 국내든 베트남이든 생산만 하면 된다. 국내 대기업에게만 공급하던 것을 외국회사에 할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화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특히 요즘 국내 중소기업이 미국·유럽 등에 가서 ‘중국소싱을 우리 회사로 바꾸자’는 게 잘 통한다고 한다. 반대로 외국회사가 한국에 와서 찾기도 한다. 외국기업 자체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과, 한국회사가 구매선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중소기업 글로벌화 기회라고 얘기한 것이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中企 장단기 지원 정책 수립 필요…정부가 코로나19 쓰나미 넘게 해줘야”
- 외국회사 유치, 구매선 다양화, 해외진출 등은 중소기업 경쟁력이 기초가 돼야 한다. 연구개발(R&D)을 통한 경쟁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근 상황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선 단기지원은 코로나19 쓰나미를 넘게 해줘야 한다. 지금은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세계가 셧다운 돼 있어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흑자도산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포스트코로나 때 활약할 수 있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살려줘야 한다. 세계화가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면 무조건 살려야 한다. 방법은 기업 신용등급이 낮아도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우선 자금을 빌려주고, 포스트 코로나 때 벌어서 갚으면 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망하지 않게 하는 게 정부의 단기 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 그럼 중장기 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중장기적으로 지금 글로벌 경쟁력 갖추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력밖에 없다. 그런데 중소기업에서 기술개발을 할 만한 사람이 없고, 돈도 없다. 그래서 정부의 R&D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R&D 투자금액 두배로 늘려야…日만큼 투자하자”
-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는 GDP와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

"정부 R&D 지원사업에는 몇 개의 이슈가 있는데, 바로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는 지적이다. R&D 효율성 높이는 것도 중요한데, 성과 없는 것을 조금 기다려 줘야 한다. R&D는 1을 넣으면 1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가 R&D에 제대로 투자한 게 2000년대쯤부터다.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미국·독일·일본 등은 100년도 넘었다. 20년 만에 어떻게 따라잡나. 효율이 떨어져도 지금 R&D 늘려야 할 때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GDP 대비 R&D 투자 비율보다 총액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하나의 산업 R&D만 한다면 얘기가 되지만, 그게 아니다. 세계 각국, 각 기업이 각 산업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결국 R&D 절대금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R&D 투자 총액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적은 편이다. 적어도 일본만큼은 많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R&D 투자 금액을 지금의 두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R&D 지원 확대와 병행돼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지원이다. 지금은 내가 한국에서 만들어서 100% 팔아먹는 수출은 안된다. 모든 나라가 제조업 하려 하고, 모든 나라가 보호무역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에 보탬이 돼야 글로벌화에 성공할 수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조인트벤처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물건만 파는 게 아닌, 해당 지역에서 좋은 파트너를 구해서 완제품 공장을 짓고 그 곳에 소재·부품·장비를 팔아야 한다. 과거엔 해당 지역에 물건을 팔고, 판매 수익을 전부 가져왔는데, 이제는 조인트벤처로 해서 이익을 나눠야 한다. 글로벌 동반성장 개념이다.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이런 방식의 진출을 하도록 매칭해줘야 한다. 경쟁력 있고 좋은 파트너 만나면 해당 지역 진출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인 상속·증여세 전향적으로 해결돼야…청년 유인책도 과감히 실시해야“
- 국내 중소기업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상속세다.

"요즘 중소기업인을 만나면 다른 것보다 그게 제일 걱정이다. 지금 1세대 기업인들이 2세에게 기업을 넘길 시기다. 그런데 세금을 내려면 많은 기업인들이 회사를 팔아야 한다. 상속·증여 문제가 전향적으로 해결돼야 기업 연속성이 가능해진다. 이를 두고 부의 대물림이라고 하는데, ‘고용의 대물림’으로 봐야 한다. 만약 ‘사용자(대표자)’를 바꿔도 고용이 유지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누가 기업을 하려 하겠나. 이는 인간의 본성을 쉽게 본 것이다. 일본은 100년이 넘은 기업이 3만개에 육박하고, 독일은 더 많다. 그런데 우리는 10개도 안된다. 결과적으로 기업 연속성을 갖게 해주는 게 고용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으로 보지 말고 고용의 대물림으로 봐야 한다. 회사는 특정인만의 회사가 아닌 모든 고용인의 회사다. 국회에서도 가업상속 유연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만큼, 해당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져서 국내에 100년 기업이 많이 나오도록 개선됐으면 한다."

-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린다.
"어떤 기업인이 해준 얘기인데, 대학생 인턴이 일을 잘해서 채용하려 했더니 자신은 대기업을 가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희망하는 대기업보다 월급을 많이 준다고 했더니, ‘대기업 취업해서 결혼하고 올게요. 그때 월급 맞춰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문제는 해법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굳이 몇가지를 제안해 본다면, 병역혜택을 활용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산업기능요원 대체복무를 확대하면 좋을 거 같다. 청년 내일채움공제 금액을 과감히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근무 시 1억원이 생긴다면 상당히 의미있을 거 같다. 물론 중소기업도 바뀌어야 할 내부 기업문화가 많으니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평적 문화 등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대담=이용웅 편집인·정리=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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