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힘센 K팝…BTS ‘슬·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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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7-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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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유세 ‘폭망’시킨 K팝…11월 미 대선 영향

  • BTS 멤버 진, 올해 입대 예정

  • 관련 부처, BTS 슬기로운 병영생활 논의해야

 

트럼프 ‘폭망’시킨 K-팝 파워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 K-팝은 힘이 세다. 매우 강력하다. 문화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그 파워가 무시무시하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니 이미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K-팝 팬들은 최근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한방 먹였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K-팝 팬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를 ‘폭망’시켰다. 그 스토리는 이렇다.

코로나19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개월 동안 대선 유세를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흑인 사망 관련 인종 차별 등으로 수세에 몰린 그는 논란 끝에 유세 재개를 결정하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6월 20일(현지 시간) 백인들이 많은 중남부,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오클라호마 주(州) 털사에서 대대적인 지지 집회를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가 “100만명이 참가신청을 했다”고 자랑한 행사다.

행사장인 BOK센터는 1만9000석에 ‘불과’해 입장권 추첨을 해야 했고, 트럼프 캠프는 지지자들이 넘쳐날 걸 예상해 야외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대흥행을 기대했다.

그러나 대망의 유세 재개일, 트럼프가 희망한 ‘토요일 밤의 열기’는 없었다. 털사 시 소방당국이 공식 집계한 참석자는 고작 6200명이었다. 관중석 3분의2가 텅 빈 채로 진행됐다.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 BOK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유세현장.  [연합뉴스]


트럼프 입장에서 이런 대참사가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K-팝 팬들의 온라인 신청과 불참에 있었다. 미국의 ‘Z세대’는 1997년 이후 출생한 신세대인데, 이들 중 상당수 유권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자 꼰대’인 트럼프를 거부한다. 정치적인 행동에 나서는 이들 ‘반(反)트럼프 Z세대’ 중에는 K-팝 팬들이 많다.

이들 K-팝 팬들은 트럼프 털사 유세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입장권을 신청해 받은 다음 불참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작전도 세밀하게 잘 짰다.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이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고 하루 이틀 만에 지우는 방식으로 트럼프 선거캠프를 속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털사 유세 참패 이후 여러 날 동안 분통을 터뜨렸고, 스스로 재선 가능성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사진=트위터 캡처]


일명 AOC로 불리는 스타 정치인,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 의원은 트럼프를 비웃으며 K-팝 팬들에게 고맙다는 트윗을 날렸다. “K-팝 동지들이여, 정의를 위한 투쟁에 헌신해줘서 고마워(KPop allies, We see and appreciate your contributions in the fight for justice too)"라고.

BTS와 BLM, 11월 미 대선
이뿐만 아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K-팝 뮤지션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아미·ARMY)을 주축으로, K-팝 팬들은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White Lives Matter)' 등 인종차별 해시태그에 BTS, 세븐틴 등 한류스타의 사진과 동영상을 연결시켰다. 쉽게 말해 백인 우월주의 사이트와 콘텐츠를 K-팝으로 도배한 것이다. 온라인 상에 벌어지는 인종차별주의 움직임에도 한방 먹인 거다.

BTS는 지난 6월 4일 공식 트위터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올렸다. 그 이후 많은 아미는 반트럼프, 반인종차별 온라인 시위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어 BTS와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캠페인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아미가 운영하는 자선모금 단체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가 모은 자금도 100만 달러를 넘었다.

최근 한 네티즌은 트럼프 선거 유세와 BTS의 콘서트장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며 “K-팝 광팬들과 틱톡 사용자들에게 감사한다”고 적기도 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한 BTS 팬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 아미는 정치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K-팝 팬 중 가장 인종적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아미가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건 미 정치권에선 이미 상식이자 변수다.

한 전문가는 “아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는 가장 강력한 온라인 집단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처럼 BTS는 그들이 의도하든 않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 정치성이 더욱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는 이유는 그들의 팬, 아미가 ‘가장 강력한 군대’이기 때문이다.
 

BTS 리더 RM이 2018년 9월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략자산 BTS, 올해부터 입대 시작
이런 BTS 멤버들이 올해부터 군대에 들어가야 한다. 1992년 12월 4일생, 멤버 7명 중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이 만 28세가 된다. 병역법에 따라 질병이나 심신장애, 가족 사망 등 매우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만 28세 이전에 반드시 입대해야 한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BTS에 병역면제 혜택을 줄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론은 입대다.

이후 진은 지난 2월 4집 발매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입대를 처음 언급했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럽다. 병역은 당연한 의무이고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머지 멤버 6명은 내년부터 슈가(민윤기·27), 제이홉(정호석·26), RM(김남준·26), 지민(박지민·25), 뷔(김태형·25), 정국(전정국·23) 순으로 군 입대를 해야 한다.

사실 BTS가 글로벌스타로 뜨자 공공영역에서 BTS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고, 이를 반대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BTS를 이용하려는 관(官) 주도 정책을 우려했다.
 

[2019년 5월 20일자 아주경제 1면]


지난해 정치권에서 병역법 개정 논란이 일었을 때 BTS가 병역면제를 받는 게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병역 의무를 지키는 것 못잖게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전성기 ‘꽃’을 피우는 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결론은 입대,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를 BTS도 가야 하는 상황이 왔다.

대한민국 장병, BTS를 가정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K-팝이 글로벌 정치외교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능이 상상 이상이고 그 영향이 충격적(외신은 임팩트·impact라고 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BTS는 대한민국의 전략자산이다. 군사용어인 전략자산은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체계를 말한다. 핵추진 항공모함, 핵무기 탑재 잠수함, B-52 전략폭격기, 공중급유기 등이 한꺼번에 조직화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가장 파괴력이 큰 무기의 조합이다. BTS는 멤버 하나하나가 이런 무시무시한 팬덤을 가진 무기이며, 완전체 BTS는 전략자산이다. 팬덤의 총칭, 아미가 보병부대를 뜻하는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그런데 진의 말처럼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 곤란하지 않나. 전략자산을 도입하면서 전략자산의 ‘전개’를 어떻게 할지 계획, 시나리오가 없으면 국가적 에너지 낭비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6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즉시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고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재전개를 추진하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BTS 계획, 의지 전제··· 담당부처 비공식 논의 필요
병역 의무 이행에서 BTS 멤버 개개인의 일정과 계획,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멤버 각자의 다양한,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병역은 의무이지만 입대 시기와 육해공, 해병대 등 어느 군을 갈지, 특정 병과에 지원하는지는 본인의 선택이다(배우 박보검은 해군 문화홍보병에 지원해 합격, 8월 31일 입대 예정).

하지만 일단 군에 들어와 어떤 보직을 맡을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멤버 7인 동반 입대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하다. 또 일부에서는 한류 연예인 특수 부대 창설, 멤버 제각각 원하는 부대에서 국익을 위한 다양한 솔로 활동, 신개념 국악 군가 제작(아래 슈가 '대취타' 뮤직 비디오 참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혹은 독도 경비대 근무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오고 있다.

별별 희한한 상상이 많지만 이보다 앞서 당사자들과 국방부, 외교부, 문화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함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면 좋겠다.

최근 박양우 문화부장관은 BTS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한류스타들의 병역문제를 행정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는 한류지원협력과의 업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대놓고 공개적으로 하기는 힘들 거다. 대한민국의 전략자산인 BTS를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한 관련 부처 간 비공식 논의가 필요하다. BTS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한 영향력을 전 세계 팬들에게 정치외교적으로 미치고 있다. 그래서 범정부 차원에서 ‘BTS의 슬기로운 병영생활’을 고민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BTS 멤버들의 계획과 의지가 무엇보다 우선 존중돼야 한다. 여하튼 관련 부처는 ‘전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P.S. 연예매체에 따르면 1992년생인 다른 아이돌 가수들도 올해 입대해야 한다. EXO 멤버 수호, 백현, 찬열, 첸과 블락비 출신의 지코, B1A4 산들과 비투비 임현식, FT아일랜드 최민환과 위너 김진우, 이승훈, 몬스타엑스 셔누 등이다. 또 대한민국의 5대 국보(BTS·봉준호·김연아·손흥민·페이커) 중 병역의무 대상자는 BTS와 페이커(본명 이상혁·프로게임계의 최고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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