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스마트폰 업계, 저가 전략으로 ‘삼성 왕국’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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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07-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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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스마트·아산조·비카브, 현지 제조화·가성비 앞세워 해외기업 독주 막을 계획

  • 아산조, 분기마다 신규 모델 출시…올해 60만대 판매 목표, 전년의 50배

  • 삼성전자·오포·애플이 시장 장악…샤오미도 영향력 확대 중

베트남 PC 보안소프트웨어 업체 비카브(Bkav)의 스마트폰.[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 등 해외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니케이아시안리뷰는 “베트남 업체들이 현지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는 ‘삼성 왕국(Samsung empire)’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이들은 ‘저가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대표 브랜드과의 경쟁을 앞두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은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급성장해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곳이다.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55%에 육박한다. 연평균 6~7%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베트남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스마트폰 판매·보급률도 고공행진한 것이다.

신문은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등 해외업체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점차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 현지 업체들이 해외기업의 독주를 막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저렴한 가격, 매력적인 기능의 스마트폰 생산 가능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기타 마케팅 전략을 통한 현지 소비자 공략 여부가 이들 도전의 실패와 성공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베트남 스마트폰 업계, 현지 맞춤형 ‘저가 모델’로 공략
니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베트남 업계는 그동안 쌓아온 제조 경험을 이용해 현지 소비자 성향에 맞춘 ‘저가 전략’으로 해외 브랜드에 대응한다.

베트남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빈그룹(Vingroup)은 현지 제조업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빈그룹은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체 ‘빈스마트(Vinsmart)'를 설립하고, 향후 1년 안에 브랜드명 ‘브이스마트(Vsmart)’ 스마트폰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그룹은 빈스마트 설립과 제품 생산을 위해 3조 베트남동(약 1434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또 세계 유명 컨설팅 회사와 손을 잡고, 디자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응우옌 비엣 쾅(Nguyen Viet Quang) 빈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와 마찬가지로 브이스마트도 일부 부품을 직접 만들거나 해외기업과 기술합작을 하는 등 베트남 현지화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빈그룹 산하 자동차 제조업체 ‘빈패스트’는 태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아피코(AAPICO)’와 합자 법인을 설립하고 베트남 제1의 항구도시 하이퐁에 생산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피코는 생산기술, 플랜트 설계 및 장비 설치를 포함한 프로젝트 관리를 담당하고, 빈패스트는 기술 요소 대신 생산 공장의 부지 및 공장 건설 등 하드웨어적 지원에 중점을 둔다.

TV를 주로 생산하는 베트남 가전업체 아산조(Asanzo)는 분기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해 지난해보다 50배가 많은 60만개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2000억 베트남동을 투자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 두 가지 기종의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진출해 총 1만2000대를 생산했다.

팜반탐(Pham Van Tam) 아산조 회장은 “기능이 단순화된 100만 베트남동(약 5만원)의 저가 모델을 출시해 최고 2500만 베트남동인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3000만 베트남동인 애플의 아이폰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산조의 매출은 4조6200억 베트남동을 기록했다. 비록 이 중 90%가 TV 사업에서 나오고, 스마트폰 매출이 1%에도 못 미치나 아산조는 오는 2020년까지 스마트폰 매출 비중을 전체 30%까지 확대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베트남 PC 보안소프트웨어 업체인 비카브(Bkav)는 지난 2015년 비피폰(Bphone)이라는 이름의 베트남 최초 국산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당시 비피폰의 가격은 애플의 아이폰보다 약 40%가 저렴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여름 비카브가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는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 기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베트남뉴스(VNS)]


◆ 삼성 등 해외업계가 장악한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삼성전자, 오포(OPPO), 애플 등 해외업체가 연평균 10%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성장의 키(Key)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베트남 국가 경제 성장에도 한몫한다.

‘베트남의 경제는 삼성전자로 인해 성장하고 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베트남에서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수출액은 베트남 총 수출액의 20%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제조업 성장률은 삼성전자의 효과로 13%로, 11년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북부 박닌(Bắc Ninh)과 타이응우옌(Thái Nguyên)의 삼성 스마트폰 공장에서는 ‘갤럭시 S9’ 등 2억대 이상이 생산된다. 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5년 25.4%에서 지난해 38.5%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한국, 일본 등 기타 공급업체를 영입해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 허브를 구성했다. 또 현지 기업과의 협력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축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외 중국 오포와 비보(VIVO), 미국 애플이 베트남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베트남 시장에 진입한 오포는 셀카 기능 등을 앞세워 불과 5년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상위 2위 업체로 등극했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대륙의 실수’로 불렸던 샤오미(小米)는 베트남 가전제품 소매업체인 디지월드(Digiworld)와 판매 제휴 협약을 맺고 점유율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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