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논술 폐지 권장 정책, 실효성ㆍ타당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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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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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교육부는 지난해 9월 24일 확정 발표한 2015∼16학년도 대입 제도에서 ‘논술을 가급적 시행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논술보다는 학생부와 수능 같은 대다수 학생들이 준비하는 전형 요소 중심으로 반영하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12월 17일 ‘초ㆍ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을 개정 고시하면서 학생들이 공교육 범위 내에서 논술의 기초를 배울 수 있도록 고교 교양 선택과목에 논술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과 학생ㆍ학부모는 교육부 정책이 논술 폐지인지, 확대인지 알 수 없어 크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12월 19일 발표한 201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보면 교육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다. 논술 시험을 실시하는 대학 수는 29개교로 전년과 동일하다. 다만 모집 인원은 1만7489명으로 전년도보다 248명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논술 우선선발로 위장된 사실상 수능 우선 선발(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어져 논술의 실질적인 비중은 더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대교협은 전국 198개 대학들이 2015학년도 수시에서 학생부 교과(38.4%)·학생부 종합(15.6%)·논술(4.0%)·실기(4.6%)위주와 기타(1.6%) 전형으로 24만3333명(전체 모집인원의 64.2%)을 뽑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 의하면 학생들의 입학 경쟁이 집중되는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들의 수시 전형 유형별 선발 비중은 학생부 종합 47.7%(전국 대학 평균 15.6%), 논술 27.2%(〃 4.0%), 실기 12.8%(〃 4.6%), 학생부 교과 12.3%(〃 38.4%) 등이었다. 주요 대학들의 비교과 종합 전형과 논술 전형의 비중이 전국 대학 평균보다 크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 대입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 논술 폐지 권장 정책은 타당성도 없다. 개별 전형 요소는 장점도 있지만 명백한 한계도 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지식 중심의 암기 교육 결과이자 학교 안의 상대평가 결과라는 점에서, 학생부 비교과 전형은 계층격차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수능은 EBS 교재와 연계되면서 지식 암기 테스트로 변질됐다는 면에서 한계가 있다.

대학별 논술도 사교육 의존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나마 고급 사고력, 특히 비판적ㆍ창의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이 돼 있다.

따라서 대학별 논술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공동논술(교양논술+계열논술)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정책 대안인데 교육부는 오히려 논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 고등학교에서 일부나마 명맥을 이어가던 고급 사고력ㆍ창의력 교육의 싹이 마를 것이다. 창의력이 개인과 국가ㆍ사회 발전의 핵심 요건임을 고려한다면 교육부 방침이 얼마나 교육적 타당성이 없는지, 근시안적인지 알 수 있다.

또한 교육부 논술 폐지 권장 정책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새누리당 정책 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보면 사교육비 경감 정책과 대학 입시 간소화 정책에서 수시는 학생부 또는 논술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단순화한다고 두 번이나 명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논술 위주 전형을 공약했는데 교육부는 반대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는 공약에도 없고, 한때는 폐지한다고 했던 비교과 위주 학생부 종합 전형(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고, 문재인 후보 공약이었던 실기(특기)전형은 두 배 가까이 확대했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오히려 대입 정책을 통해 계층 간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성공을 기원하는 입장에서 너무나 뻔한 정책 실패와 학부모의 혼란과 고통을 그냥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대입 정책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논술을 둘러싼 혼란만이라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꿈과 끼를 살리는 진로맞춤형 대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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