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출구가 없다

  • 증조부 친일 논란에 광고·방송 줄줄이 차질…촬영 마친 '승산 있습니다'도 편성 미정

배우 하영이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넷플릭스
배우 하영이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넷플릭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 여파가 거세다.

19일 SBS에 따르면 2027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었던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의 편성이 조정됐다. SBS 측은 수많은 스태프와 출연진이 함께 제작한 작품인 만큼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향후 편성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산 있습니다'는 전직 변호사이자 현직 사무장인 권백이 이끄는 법률사무소가 승산 없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코믹 법조 탐정물이다. 이제훈과 하영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이미 촬영을 마쳤다. 주연 배우를 교체하거나 출연 장면을 삭제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SBS는 작품의 향후 공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영의 출연작에 차질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시즌1에서 간호사 천장미를 연기했던 하영은 시즌2·3에서 하차했으며, 해당 배역은 그룹 러블리즈 출신 배우 정예인이 맡는다.

하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8월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영은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하며 증조부가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배우고 고종의 진료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방송 이후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로 활동한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안상호는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대정친목회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인정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융화를 내세웠던 단체로, 당시 친일 성향의 유력 인사들이 참여했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처음에는 관련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이후 안상호의 대정친목회 활동 기록을 확인하고 입장을 번복했다.

하영도 지난 8월 12일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손으로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같은 달 14일 안상호가 대정친목회뿐 아니라 여러 친일 협력단체와 식민통치 관련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다만 안상호는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당시 확보된 자료와 선정 기준에 따라 수록이 보류된 것이라며, 사전 미등재가 친일 행적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조상의 행적에 대한 책임을 후손에게 전가하는 비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방송과 광고계에도 번졌다. 하영이 가족사를 소개한 '옥탑방의 문제아들' 해당 회차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비공개 처리됐다. 하영이 모델로 활동한 삼성전자와 의류 브랜드 아티드의 광고 영상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지난 8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 당시 예정됐던 하영과 상대 배우 정해인의 인터뷰가 취소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소유했던 토지의 취득 경위를 조사하고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해당 토지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광고와 방송 콘텐츠의 비공개, 신작 홍보 차질, 후속 시즌 하차에 이어 촬영을 마친 드라마의 편성까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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