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존'을 앞세운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 간 안보 이견으로 구상 전제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북 정보 공개부터 제재 대응, 비무장지대(DMZ) 활용까지 미국 및 관계 부처와 마찰이 이어지면서다. 남북 관계 개선에 앞서 동맹과 정부 내부 공감대부터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모양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전작권·DMZ 관련 발언에 우려를 전달했고, 미국 측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관점에서 한국은 DMZ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유엔사는 한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전협정에 따른 DMZ 관리 책임은 주권과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DMZ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유엔사와 조율해야 하는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통일부는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의 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도록 하는 의원 입법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유엔사는 지난 1월 관련 법안이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며 반대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유엔사와 사전협의 절차가 있어 충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이달 7일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에 대한 유엔사 측 대응을 비판했다. 북한의 철책·전술도로 건설과 지뢰 매설을 유엔사가 방어적 목적으로 간주했다며 지뢰 폭발 사건 이전에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DMZ 출입 권한뿐 아니라 북한의 군사행동을 평가하는 문제에서도 견해차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통일부 측 구상과 관계 부처 판단이 엇갈린 사례가 반복됐다. 정 장관은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남북한과 미·중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에 대해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합의된 제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 지뢰 폭발 사건 대응에서도 이견이 드러났다. 조 장관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 제재를 제안하자 정 장관은 반대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국감에서 "평화 공존 정책과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제재 공조와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통일부의 접근법이 충돌하면서 대응 수위가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 장관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12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이 '구성 핵시설'을 언급한 이후 불거진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문제에 "미국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도 공개한 내용이라는 설명이지만 미국 측은 올해 3월 장관 발언을 정보 누설로 문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한·미 동맹은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합동참모본부는 정보 공유가 일부 제한되고 있음을 인정한 상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으로, 정부의 정책 및 입장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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