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명예교수]
세계 경제가 고금리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어섰고 유럽과 일본의 장기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 수준이며 국고채 3년물 금리도 4%에 근접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고금리 충격에 출렁거리고 있다. 고금리가 일시적인 충격인지 새로운 경제환경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현재 금리가 반드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정책금리는 5%를 넘었고 한국의 기준금리도 4~5% 수준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지속된 제로금리와 초저금리가 오히려 예외적인 시기였다. 문제는 그동안 경제주체들이 낮은 금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부채를 늘렸다는 점이다. 같은 금리라도 부채 규모가 커진 지금의 이자 부담은 과거보다 무겁다.
금리 상승에는 서로 다른 원인이 겹쳐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고유가는 생산비용과 물가를 끌어올린다. 미국 등 주요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확대는 장기채권에 요구되는 위험 보상을 높인다. AI 혁명 역시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건설을 위한 막대한 자금 수요를 발생시킨다. 다만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물가 압력을 낮출 수도 있다. 성장 기대에 따른 금리 상승과 물가·재정불안에 따른 금리 상승은 경제적 의미가 다르다.
명목금리만으로 긴축 정도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한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였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3%를 단순 비교하면 차이는 크지 않다. 물론 정확한 실질금리는 과거 물가가 아닌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해야 하며, 실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높다. 특히 소득이 물가만큼 늘지 않는 가계와 영업이익이 적은 기업에는 명목 이자지출 자체가 부담이다. 고금리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생산과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풍부한 기업은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견딘다. 반면 영업손실이 누적된 기업과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건설업체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곧 생존 문제가 된다.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다. 금리 상승이 기존 국채가격을 떨어뜨리고 주식의 할인율을 높이는 만큼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도 충격이 발생한다. 부동산에서는 양면성이 뚜렷하다. 대출금리 상승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주택 매수를 억제해 서울과 수도권의 가격 과열을 식힐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과 건설금융 부담을 높여 신규 주택공급까지 위축시킨다면 중장기 시장안정에는 역효과다. 투기수요 억제와 정상적인 공급금융 유지가 병행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금통위원회는 기준금리의 추가적 인상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물가상승에 국제유가 등 공급 측 요인이 크다면 금리를 올려도 석유 공급이 늘거나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임금과 서비스가격으로 확산되는 경우에는 대응이 필요하지만, 단지 인플레이션 심리를 미리 억누르겠다는 이유로 금리를 높이면 소비와 투자만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근원물가, 임금, 기대인플레이션과 내수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물가안정목표 2%도 경직적으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등으로 과거의 저물가 환경이 바뀌고 있다. 우선 공급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목표 초과를 유연하게 수용하고, 중장기적으로 2.5~3% 목표가 더 적절한지 공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목표 상향이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를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위험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에 한국이 기계적으로 동조할 이유도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내려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수출과 경상수지, 외화유동성 등 국내 여건이 뒷받침된다면 한·미 금리차만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는 작다. 물론 환율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으므로 안정세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금리 결정의 중심에는 미국의 정책보다 한국의 물가, 경기, 금융안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발 고금리 충격에 방심할 수는 없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은 글로벌 채권가격 급락과 달러자금 경색, 주가 하락, 환율 급변이 겹치는 금융시장 발작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원화 유동성 공급수단을 점검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만기와 담보가치 변동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 속도,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VIX, 원·달러 환율, CDS 프리미엄, 외화유동성 지표를 묶어 조기경보체계를 운용하고 주의·경계·위기 단계별 대응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기업은 저금리 복귀를 기다리기보다 부채 만기를 분산하고 고정금리 조달과 현금흐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일시적 유동성 지원을 정교하게 설계하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까지 무조건 연명시켜서는 안 된다. PF 금융의 정상화, 재정건전성 관리, 생산성 높은 투자 지원도 중요하다. 고금리 자체보다 위험한 것은 높은 부채와 준비되지 않은 정책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의 금리를 뒤쫓기보다 국내 여건에 맞는 통화정책과 선제적인 금융위험 관리로 새로운 금리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명예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