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어도 기업의 성과와 가치가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회사 포메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필 클리프턴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주식 투자에는 "경영진의 유인 구조를 특히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클리프턴이 지난 8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약 20여개 기업을 직접 만난 뒤 내놓은 것이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처음 보면 자본주의 천국처럼 보인다"며 "건전한 이익률과 탄탄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많다"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경쟁사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한국 기업이 많지만, 이러한 가치가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창업주 일가가 상당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업에서 경영진과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봤다.
클리프턴은 상속·증여세도 한국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경우 세율이 최대 60%에 이르고 상장사 지분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되는 만큼 지배주주 일가가 주가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거나 본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 투자하고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업의 주식은 사실상 이자도 원금 상환도 없는 영구채와 같다"며 "본업이 아무리 잘돼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가치 함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는 최근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경우 일본처럼 증시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기대도 커졌다.
여기에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더해지며 코스피는 올해 6월 고점까지 10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상승세는 약화됐다.
반면 클리프턴은 일본 시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저평가 해소 노력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행히 일본의 밸류에이션 할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에는 여전히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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