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다시 뛰는 울산의료원·上] 울산시, 한 번 멈춘 의료원 재추진…이번엔 왜 '어린이 치료'인가

  • 공공병상 인구 1000명당 0.14개…17개 시·도 중 최저

  • 2023년 타당성 재조사 좌절 뒤 사업 규모·기능 전면 재검토

  • 350병상 재기획 거쳐 200병상 어린이 특화로 다시 전환


울산의료원 설립은 울산 공공의료의 오랜 숙원이다. 2021년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202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타당성 재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울산시는 병상 규모와 기능을 다시 짰고, 지난 해부터는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울산의료원이 다시 추진되는 배경과 달라진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산재전문공공병원 개원과 의료인력 부족 속에서 실제 건립과 운영까지 넘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달 28일 윤종오 국회의원 이동권 북구청장 등 관계자들과 울산의료원 설립대상지를 방문해 사업 설명 청취 및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울산시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달 28일 윤종오 국회의원, 이동권 북구청장 등 관계자들과 울산의료원 설립대상지를 방문해 사업 설명 청취 및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울산시]


울산의 공공의료기관 병상은 149개다.

인구 1000명당 0.14개로 전국 평균 1.18개의 8분의 1 수준에 그치며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적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국립대학교병원과 지방의료원이 모두 없는 곳도 울산이다.

이 같은 공공의료 기반의 취약성이 울산의료원 재추진의 출발점이다.


이번에는 병원의 성격도 달라졌다. 과거 일반 공공종합병원 중심의 계획에서 벗어나 소아청소년 필수의료를 전면에 내세운 '어린이 치료 특화' 종합병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공공병상 149개…소아의료도 전국 최하위권


울산의 공공의료 취약성은 소아청소년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4년 기준 울산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3곳이다. 소아청소년 인구 10만명당 19.1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에 머물렀다.

소아청소년 입원환자가 울산 안에서 치료받은 비율도 87.8%다. 7개 특·광역시 가운데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서울 88.6%, 부산 91.6%, 대구 94.3%, 광주 96.1% 등과 비교하면 지역 밖 의료기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현재 울산의 아동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울산시는 단순히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입원과 응급, 필수진료까지 연결할 수 있는 공공의료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경제성 문턱 못 넘은 2023년…첫 도전 좌절


울산의료원 설립 사업은 2021년 1월 추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같은 해 북구 송정동 일원을 건립 부지로 정하고 정부에 사업계획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요구했지만 최종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진행된 KDI 타당성 재조사에서도 사업은 다시 한 번 벽에 부딪혔다.

당시 비용 대비 편익은 0.65였다.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함께 고려한 종합평가에서도 0.486을 받아 사업 추진 기준인 0.5를 넘지 못했다.

기준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결론은 '미시행'이었다.

울산시는 이후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다시 분석해 병상 규모와 부지면적, 진료과목 등을 조정하고 편익 항목도 새로 발굴했다.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진행한 재기획 용역에서는 350병상·20개 진료과 규모로 조정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0.906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 안이 최종 계획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 지역공약 반영을 계기로 사업의 초점은 다시 어린이 치료와 필수의료 강화 쪽으로 옮겨갔다.
 

350병상 재기획 뒤 다시 200병상…'어린이 치료' 전면에


전환점은 지난 해 6월이었다.

제21대 대통령 지역공약에 '울산의료원+어린이 치료 특화'가 포함되면서 울산시는 기존 재기획안을 다시 손봤다.

이후 별도의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거쳐 현재 기본계획안에는 북구 송정동 11-5번지 일원에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단순한 병상 축소가 아니다.

일반 공공의료 기능을 유지하면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아청소년 입원과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의 역할을 다시 설계한 것이다.

기존 공공병원 모델에 '어린이 필수의료'라는 정책적 필요성을 더해 국가사업으로 다시 문을 두드리는 구조다.

옥민수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해 울산시의회 공공의료 토론회에서 "감염병·재난 대응과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울산의료원이 지역 공공의료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옥 교수는 공공의료의 가치를 단기적인 경제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지역완결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10만 서명 다시 시작…예타 면제까지 넘어야


울산시는 지난 21일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상욱 울산시장과 이영해 울산시의회 의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조용식 울산교육감과 5개 구·군 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전·현직 정치권 인사, 의료계·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79명이 참여했다.

시는 추진위를 중심으로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건립 예정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도 병행할 계획이다.

가장 큰 과제는 국가정책사업 반영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다.

울산의료원은 이미 한 차례 경제성과 종합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공병상 부족이라는 기존 논리에 소아청소년 필수의료라는 보다 구체적인 기능을 더했다.

한 번 멈췄던 울산의료원이 이번에는 왜 '어린이 치료'를 앞세워 다시 출발하는지, 그 배경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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