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트럼프의 이름을 지우는 공화당…'심판의 11월' 온다

  • 지지율 32% 역대 최저, 텃밭까지 흔들리는 중간선거

  • 하원을 내주면 탄핵과 청문회의 폭풍

  • 트럼프 2기는 '레임덕 통치'로 들어서나

미 공화 중간선거 전당대회서 연설하는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미 공화 중간선거 전당대회서 연설하는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2018년 10월, 미국 켄터키주 리치먼드의 유세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세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개막 연설자로 나선 랠프 알바라도 주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수많은 업적이 "놀라울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인으로 알려진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주)은 트럼프가 거의 매일 "내 기대를 뛰어넘는다"고 했다. 트럼프의 지지를 받기 위해 유세장에 나온 앤디 바 하원의원이 대통령을 "행동하는 사람, 결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칭송하자 수천명의 마가(MAGA)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보도에 따르면 8년이 지난 지금 같은 켄터키의 풍경은 완전 딴판이다. 이번에 연방 상원에 도전하는 앤디 바와 그의 하원 지역구를 물려받으려는 랠프 알바라도는 최근 선거 홈페이지의 눈에 띄는 자리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슬그머니 지웠다. 랜드 폴은 이란 전쟁과 불어나는 국가부채를 두고 백악관과 공개적으로 부딪치고 있다.

11월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지금, 공화당의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그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었던 경제 분야에서도 민주당에 우위를 내주고 있다.생활비와 휘발유·경유 가격, 식료품비, 관세의 부담이 가계에 직접 전달되는 가운데 이란 전쟁의 장기화까지 겹쳤다. 공화당 후보들이 대통령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변심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최근 백악관이 위기에 처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 대응모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숫자가 말하는 민심 이반

민심 이반은 숫자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로이터·입소스 최신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한 주 만에 3%포인트 떨어져 역대 최저인 32%를 기록했다. 더 뼈아픈 것은 집토끼의 이탈이다. 공화당 지지층의 국정 지지율은 2기 취임 직후 91%에서 올해 1월 86%로 내려왔고, 최근에는 단 일주일 사이에 82%에서 73%로 주저앉았다. 공화당 지지층 안에서도 경제 운영 지지율은 연초보다 24%포인트 빠진 56%, 생활비 대응 지지율은 26%포인트 빠진 44%다. 입소스의 여론조사 책임자 알렉 타이슨은 이 수치를 두고 최근 몇 주 전까지는 본 적 없는 숫자라고 했다.

CNN과 SSRS의 조사는 이번 선거가 2018년보다 더 어려운 싸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경제 지지율은 27%로 8년 전보다 22%포인트 낮다. 경제 상황이 좋다는 응답은 28%로 무려 41%포인트 급락했다. 유권자의 44%는 이번 의회 선거 투표를 트럼프에 대한 '반대 메시지'로 보겠다고 답했다. 부시 행정부 이후 현직 대통령 중간선거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지지 메시지라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퀴니피액 조사에서는 하원 장악을 원하는 정당으로 민주당이 49% 대 38%, 11%포인트 앞섰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안방이던 '경제' 이슈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압축한다.

불을 지핀 것은 이란 전쟁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5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로 경유는 1년 전 3.69달러에서 6.51달러로 치솟았다. 중서부 농민이 직격탄을 맞았고, 대형 트럭으로 물건을 나르는 거의 모든 산업이 비용 압박에 시달린다. 2년 전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낸 바로 그 생활고의 분노가 이제 방향을 틀어 대통령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략가 빌 F. B. 오’라일리는 '더 힐(Hill)'에 "11월 선거에서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투표하러 나오지 않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거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을 앞세웠다. 그는 “이란 전쟁 전략에 대한 불만과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 우파 진영의 열의를 꺾고 있다"며 “우리는 그 상황을 반전시킬 시간이 한 달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금의 백악관을 '트리아지(중증도 분류) 모드'라고 표현했다. 살릴 수 있는 환자부터 살리겠다는 응급실의 논리다.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 90일간 경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휘발유와 항공유 값을 올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데도 그렇다. 8월에 내놓은 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방침도 축산 농가의 반발에 밀려 후퇴가 거론된다. 백악관은 두 보도를 모두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책의 경제적 합리성보다 표의 논리가 앞서는 국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기행'

보통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메시지를 단순화한다.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논란을 줄이며, 당 후보들이 지역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자신을 통제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지키면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를 주겠다는 약속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매표라는 말이 나왔다. 등록 유권자의 66%가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18%였다. 노스캐롤라이나가 민주당 상원의원을 뽑으면 재난 지원을 끊겠다는 '농담'도 했다. 2024년 버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민주당의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범인 토머스 크룩스는 등록 공화당원이었다. 같은 날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의회에서 그런 증거가 없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적자국 전부와 교역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자신의 이름이 외관에 없으면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케네디 센터)를 폐쇄시킨다고 위협했다. 알링턴 국립묘지를 가로지르는 250피트 개선문에 드론과 저격수를 배치하겠다고도 했다. 급기야 트럼프에 비우호적인 CNN과 MS NOW,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는 셈이다.

물론 이런 기행에는 나름의 정치적 기능이 있다. 트럼프는 논란을 일으켜 언론의 의제를 장악하고,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기성 체제와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법적·정치적 위기는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는 정상적인 대통령의 언어를 거부함으로써 ‘정상적인 정치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와 조건이 다르다. 2016년과 2024년의 트럼프는 분노한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약속하는 도전자였다. 지금의 트럼프는 물가와 전쟁, 관세, 연료비를 책임져야 하는 현직 대통령이다. 야당일 때는 혼란이 기성 질서를 흔드는 힘이지만, 집권자에게 혼란은 무능의 증거가 된다. 트럼프의 기행이 정치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상원까지 흔들린다…'텃밭의 방어전'

전장은 하원을 넘어 상원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려면 4석을 뒤집어야 한다. 그 첫 단추로 꼽히는 곳이 노스캐롤라이나다. 트럼프가 세 번 모두 이긴 이 주에서 트럼프가 낙점한 마이클 와틀리 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한 번도 선거에서 진 적 없는 로이 쿠퍼 전 주지사에게 밀리고 있다. 조지아에서는 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이 현역 존 오소프 상원의원에게 고전 중이다. 공화당 책사 칼 로브는 두 곳 모두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친공화당 슈퍼팩 '올드 노스 액션'은 노스캐롤라이나 광고 예약을 약 3분의 1 줄였다.

공화당 내부의 책임론도 트럼프를 향한다.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톰 틸리스가 출마했다면 상황이 크게 달랐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그를 몰아낸 탓에 덜 알려진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닌 자신도 트럼프의 막판 지지를 등에 업은 켄 팩스턴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그 팩스턴은 지금 텍사스에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텍사스 방어에만 1억 달러 넘게 쏟아붓는다. 아이오와의 애슐리 힌슨,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은 오차범위 밖에서 뒤진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트럼프가 2024년 두 자릿수 차이로 이긴 주들이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의 표현대로 공화당은 지금 자기 후보들 주위에 '거대한 벽'을 쌓는 중이다.

물론 판세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공화당 전략가 포드 오코넬은 여러 주의 선거구 재조정 효과가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는 상원은 지킬 수 있고 하원도 근소한 차로 지거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의회 역시 공화당 의회만큼 인기가 없다. 민주당이 이기면 생활비가 나아질지에 대해서도 여론은 반반이다. 에모리대의 앨런 에이브러모위츠 교수는 1998년 호황과 2002년 9·11 직후의 결집, 2022년 낙태권 판결처럼 대통령 지지율의 법칙을 거스른 예외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의향이 공화당보다 16%포인트 높은 지금, 공화당이 기댈 '예외'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원을 잃는 순간

선거 이후가 더 뜨겁다. 하원을 잃는 순간 입법 의제도 사실상 멈춘다. 추가 감세와 이민정책, 예산, 행정부 조직 개편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하원 의장 1순위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인의 돈을 훔친 '사기꾼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밑그림도 이미 나와 있다. 법사위원장이 유력한 제이미 래스킨은 막대한 공적 손실을 낳은 '구조적 부패'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감독위원회의 로버트 가르시아는 트럼프 일가의 사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처리, 이민세관단속국(ICE) 작전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외교위의 그레고리 믹스는 이란 전쟁과 베네수엘라 작전을, 천연자원위의 재러드 허프먼은 백악관 동관(이스트윙) 철거와 무도회장, 개선문 같은 '허영 사업'과 광물 거래를 겨냥한다.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 축하연 비용 일부를 크렘린과 가까운 러시아 올리가르히가 댔다는 최근 폭로는 새 불씨가 될 것이다.

탄핵 카드도 테이블 위에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아무것도 배제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은 상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벽 앞에서 상징적 효과가 크지 않다. 두 번의 탄핵을 이미 견딘 트럼프에게 세 번째 탄핵이 과거와 같은 충격을 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장관들이 현실적 표적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미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으로부터 이란 전쟁 관리 책임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당한 상태다. .

민주당이 상원까지 탈환한다면 충격은 훨씬 크다. 상원은 각료와 대사, 연방법관 인준권을 가진다. 트럼프가 충성파 인사를 정부와 사법부에 배치하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 행정부 관계자가 사임하거나 해임되더라도 후임자를 쉽게 인준받기 어렵고, 백악관은 대행 체제와 법적 논란에 의존하게 된다.

트럼프 2기, 어디로 가나

패배가 현실이 되면 트럼프 2기는 세 갈래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입법 동력이 사실상 멈추면서 행정명령과 비상권한 의존이 더 깊어질 것이다. 의회를 거치지 않는 관세와 무역 조치, 연준 압박이 통치의 주된 도구가 된다. 둘째, 예산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치가 상시화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반복될 것이다. 셋째, 국내에서 막힌 대통령은 외교에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이란 전쟁의 출구 찾기가 빨라질 수 있지만, 그 비용은 동맹국에 떠넘겨질 공산이 크다. 2028년 대선 레이스가 조기에 점화되면 레임덕은 빨라진다. 반대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더 거칠어질 수도 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도 절제 대신 기행을 택한 그의 최근 행보가 그 예고편일지 모른다.

우리나라가 눈여겨볼 대목도 여기에 있다. 의회의 견제가 강해진다고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입법이 막힌 대통령일수록 의회 동의 없이 쓸 수 있는 통상 수단에 매달리고, 가시적 성과에 조급해진다. 관세의 변동성과 동맹에 대한 청구서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워싱턴의 권력 분점이 서울의 협상 테이블에 어떤 계산서로 돌아올지 지금부터 따져봐야 한다.

11월 3일, 미국 유권자는 단지 435명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2기의 남은 2년이 '견제받는 권력'이 될지, 여전히 '거칠 것 없는 권력'으로 남을지를 가르는 표를 던지게 된다. 켄터키 공화당 후보들의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대통령의 이름은 그 답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이수완 필자 주요 이력 

▷코리아타임스 기자 ▷로이터통신 선임특파원 ▷로이터통신 편집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아주경제 글로벌본부장 ▷아주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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