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인공지능(AI) 시장이 AI 모델 학습·추론 중심에서 응용 앱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용 SSD(eSSD) 수요가 한층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저장장치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CSP)들이 최근 2주 간 eSSD 수요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이번 수요 상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에 시장 성장을 견인한 고성능 TLC 제품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성과 대용량의 강점을 가진 QLC(Quad-Level Cell) 제품이 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점에 있다.
이는 클라우드 업체가 SSD를 단순히 AI 학습·추론 등 고성능 작업용 저장장치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다양한 AI 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결과 올해 4분기 eSSD의 총 주문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3분기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요 증가는 낸드 업체와 클라우드 업체 간 공급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YMTC 등 주요 낸드 사업자는 기업 시장에서 용량 배분과 가격 책정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고, 이는 eSSD 추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eSSD 시장은 삼성전자가 매출 143억5400만 달러(점유율 35.1%)로 주도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이 86억3100만 달러(21.1%), 마이크론이 69억8300만 달러(17.1%)로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초기에는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eSSD를 대량으로 구매한 반면, 올 하반기부터는 북미의 에이전트 AI와 중국의 KV 캐시 오프로딩 수요가 eSSD 수요를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KV 캐시 오프로딩이란 LLM 추론시 GPU의 고성능 메모리(HBM·GDDR)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리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이터는 시스템 메모리나 저장장치 등으로 옮겨 재사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미국의 AI 모델은 고성능 메모리를 적극 활용해 최고의 성능을 내는 데 집중하는 반면 중국의 정제된 AI 모델은 고성능 메모리 사용량을 낮추면서도 최적의 결과를 내는 쪽으로 연구·개발 방향을 바꿨다.
트렌드포스는 에이전트 AI가 보편화되면서 대규모 실시간 데이터 검색과 캐싱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전트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려면 방대한 컨텍스트와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저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성능 eSSD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우드 업체들은 QLC를 적극 활용해 대용량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갖추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주로 AI 검색·추천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인 벡터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단순히 한두군데의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업체)의 구매 패턴 변화를 넘어 AI 인프라 설계 자체가 QLC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SSD 수요 확대의 또 다른 축은 중국이다. 중국은 딥시크 등을 중심으로 KV 캐시 오프로딩을 위해 고용량 QLC 엔터프라이즈 SSD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방식은 캐시된 데이터를 시스템 메모리에서 고속·고용량 QLC로 선택적으로 옮김으로써 모델 추론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고성능 메모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AI 업체들 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고, 향후 중국 내 QLC 보급을 한층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점에서 과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았던 YMTC가 중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eSSD 시장은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독립적으로 수요를 견인하는 가운데 낸드 업체들의 가격 통제로 가격 상승세가 올 4분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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